법원, 전두환 항소심 형사재판 선고 전까지 불출석 허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항소심 재판을 받는 전두환(90)씨가 선고 이외의 향후 재판 절차에 출석하지 않는다. 법원이 전씨의 재판 불출석을 허가해줬기 때문이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전씨가 낸 불출석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와 권리 보호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과 함께 선고기일 전까지 전씨의 불출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지난 공판기일에 출석할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던 점, 전씨가 스스로 이익되는 사실을 진술하거나 반대 신문권 행사를 주장한 바 없으나 변호인의 증거 신청과 변론을 통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되는 점 등을 종합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전씨는 자신의 형사재판 항소심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선고기일에는 출석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장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다액 500만 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불출석 허가 신청이 있고, 법원이 이를 허가한 사건은 피고인의 출석을 요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씨의 혐의인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전씨는 지난 5월 10일 항소심 재판이 시작된 이래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증거 신청 제한 불이익 경고(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에 따른 제재)’에 입장을 바꿔 지난 9일 항소심 3번째 공판에 나왔다.

마지못해 법정에 선 전씨는 1심 때(3번 출석)와 마찬가지로 사죄하지 않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5·18 유족과 시민의 공분을 샀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법원은 방청권 20석을 재판 당일 오후 1시 10분부터 201호 법정 입구에서 좌석 번호순으로 배부한다. 방청권을 받기 위해서는 신분증 지참과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장은 기록·증언을 토대로 1980년 5월 계엄군이 헬기에서 광주시민을 향해 총을 쏜 사실을 재입증했다.

국군이 (정권 찬탈을 위해) 국민을 공격했다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도, 전씨가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역사 왜곡 회고록을 출판해 조 신부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봤다.

검사와 전씨 측은 1심 판결의 양형 부당과 사실 오인·법리 오해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한편 최근 건강 악화로 입원한 전씨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