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5월부터 전국 최초 실시
중진공 직원 3, 4명 사흘간 머물며 3년간 돌아가며 업무보기로 협약
출퇴근 힘들고 툭하면 뱃길 끊겨… 변변한 식당-슈퍼 없어 생활 불편
“현실과 동떨어진 전시행정” 지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직원들이 섬에 근무하러 들어와 놓고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섬을 떠나버립니다.”
경남도와 중진공이 올 5월 경남 통영시 두미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섬택근무’. 경남의 섬을 전국에 알리고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자는 취지의 ‘살고 싶은 섬’ 프로젝트로 전국 처음으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 4개월째를 맞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오전 6시 20분 경남 통영항 선착장. 30분간 줄을 서 통영시 욕지면 두미도로 가는 여객선에 올랐다. 두미도행 배편은 오전 6시 51분과 오후 2시 20분 두 편뿐이다. 동물머리에 꼬리가 붙은 형상이란 뜻의 두미도는 면적 5.03km², 해안선 길이 11.0km의 섬이다. 70여 가구, 100여 명이 살고 있다.
1시간 15분 걸려 도착한 두미도 북구 선착장. 함께 배를 타고 온 주민 A 씨는 “삼천포 장날이 아니라 그나마 빨리 도착한 것”이라고 했다. 5일장인 삼천포 장날에는 다른 섬을 둘러서 오기 때문에 2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배에서 내려 100여 m 걸어 도착한 ‘두미 스마트워크센터’. 청년회관을 리모델링한 센터는 오전 9시가 지났지만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센터 옆에서 만난 어르신 2명에게 “직원들이 언제쯤 출근하느냐”고 묻자 “직원들 본 지 꽤 오래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섬택근무’는 진주혁신도시에 있는 중진공 직원 1000여 명이 일주일에 3일씩 3년간 돌아가며 두미도에 머물며 업무를 보는 것으로, 경남도와 통영시, 중진공, 두미도 북구마을 등이 협약을 맺었다. 근무 편의를 위해 해저로 인터넷선도 깔았다.
중진공 직원 3, 4명이 한 팀을 이뤄 두미도에서 근무한다. 중진공이 두미도 근무 명단을 스마트워크센터를 관리하는 주민에게 전화로 알려주면 이 주민이 숙박 등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시행 이후 7월까지 한 달에 두 팀씩 총 4팀이 2박 3일간 머물다 갔을 뿐 8월에는 아예 신청자가 없었다.
센터 관리 주민을 겨우 설득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에는 염분에 가구와 건물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틀어놓은 제습기만 돌아갈 뿐 사람은 없었다. 25m² 크기의 사무실엔 칸막이 책상 4개와 회의용 테이블, 에어컨, 냉장고, 취사도구, 서류보관함이 있었다. 컴퓨터도 설치돼 있었다. 센터 옆 경로당 2층엔 직원 숙소가 있었다. 30m² 남짓한 방 1개에 2층 침대 2개와 화장실, 테이블, 냉장고가 있었다. 남녀가 함께 쓰기에는 불편한 구조인데다 취사는 사무실에서만 할 수 있었다.
주민 B 씨는 “섬에 들어왔다가 날씨가 갑자기 나빠지면 발이 묶이는 일이 다반사인데 중진공 직원들이 선뜻 섬에 들어와 근무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섬에는 외부인을 위한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날 기자가 3시간 반 동안 섬을 다녀봤지만 두 평 남짓한 슈퍼 1곳, 손님이 거의 없는 식당 1곳밖에 없었다. 주민 C 씨는 “의무감으로 섬택근무를 했던 중진공 직원들도 다시 찾지 않을 정도”라며 “현실과 괴리가 큰 섬택근무는 곧 유야무야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남도와 중진공은 “현재 정책 도입단계로 섬 주민들에게 장기 비전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해 빚어진 오해”라는 입장이다. 경남도는 “월 70만 원의 사무실과 숙소 임대료 수익을 비롯해 사무용품 기증과 특산품 팔아주기 등 섬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과 함께 장기 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진공은 “코로나19 확산과 폭염, 여름휴가 기간이 맞물리면서 강제 차출 방식이 아닌 섬택근무가 정체 상태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대상범위를 공단 직원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 섬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반드시 성공한 정책으로 자리 잡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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