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 씨(83)가 고문 혐의로 수배돼 도피하느라 받지 못한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박종환 판사는 이 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퇴직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25일 이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씨는 경기경찰청 공안분실장으로 근무하던 1985년 ‘서울대 내란음모 사건’으로 체포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민주화 인사들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잔인하게 고문해 악명을 떨쳤다. 이 씨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김근태 고문사건’ 등의 실체가 드러났고 1989년 수사 대상이 되자 우편으로 사표를 내고 잠적해 도피생활을 했다. 이후 10년 만인 1999년 10월 자수해 이듬해 대법원에서 고문 혐의로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공무원연금공단은 1989년 3월 도피 생활 중이던 이 씨가 퇴직 처리되자 이 씨의 퇴직금 1764만 원을 지정 은행에 입금했다. 당시 이 씨의 배우자가 이를 수령하려 했지만 국외 체류 등의 사유가 아니면 본인 외의 대리 수령을 허용하지 않은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에 따라 거부됐다.
이 씨는 당시 미수령 퇴직금이 공단으로 반환되는 과정에서 본인에게 지급된 것으로 잘못 기재돼 기초연금 수령이 불가능해졌다며 2017년 정부에 확인을 요청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미수령 사실을 확인하고 기록을 정정했다. 그러자 이 씨는 “못 받은 퇴직연금 일시금과 지연 이자를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퇴직연금 일시금 지급 청구권은 당시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소멸시효 기간이 5년으로 이미 시효가 지났다”며 이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이 씨가 퇴직연금 일시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이후에도 이를 다시 청구하지 못한 것은 수배 및 도피생활로 인해 이 씨가 직접 은행을 방문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원고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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