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졌다가 67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여자아이의 상태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
30일 충북대병원에 따르면 A 양은 발견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피부봉합 수술을 받은 뒤 현재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다. 발견 당시 오른쪽 목에서부터 등까지 이어진 15㎝ 가량의 상처가 있었다. 상처 부위에서는 구더기가 나오고 패혈증 증세까지 보였지만 의료진의 집중 치료 덕분에 염증수치가 낮아졌고 봉합 수술 부위도 회복중이라 병원 측은 밝혔다.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입원 중인 A 양은 조만간 피부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아기가 무사히 퇴원할 수 있도록 모든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양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진 뒤 전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5일 개설한 후원계좌에는 이날 현재 1억 원이 넘는 성금이 답지했다. 또 충북대병원에도 후원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에서 왔다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후원자는 병원 출입구에 기저귀를 맡겨놓고 “부끄럽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경기도에 사는 김모 군(6)은 아기의 사연을 듣고 청주에 사는 할아버지를 졸라 물티슈를 전달했다. 물티슈 박스에는 김 군이 직접 손을 쓴 “아기야 건강하개(게) 지내”라는 편지가 담겨 있었다. 충북대병원 신영덕 대외협력실장은 “아기를 위해 정말 많은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많은 물품이 전달됐고, 아기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A 양이 건강을 회복한 뒤에도 당분간 병원생활을 이어갈 전망이다. 친어머니가 23일 영아살해미수혐의로 구속됐고, 생모의 가족들도 A 양을 키울 뜻이 없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청주시는 A 양이 아기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임시 사회복지전산관리번호를 부여했다. 또 관련 매뉴얼에 따라 아기가 퇴원 후 지낼 가정위탁이나 보호시설도 알아볼 계획이다.
A 양은 18일 오전 8시경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한 식당 앞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유기됐다가 사흘 뒤인 21일 오전 3시경 이 곳을 지나가던 한 주민의 신고로 발견됐다.
신고자는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서 꺼내주려고 뚜껑을 열었는데 나체의 아기가 있었다”고 신고했다. 소방대원이 출동했을 당시 A 양은 10L 용량의 쓰레기통 안에서 손과 발을 움직이며 울고 있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22일 오전 생모 B 씨를 붙잡았다. 충북경찰청은 26일 B 씨를 영아살해미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앞서 23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도착한 A 씨는 아기를 유기한 이유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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