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0일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고 2명의 여성을 살해한 뒤 도주했다 자수한 강모 씨(56)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법무부는 후폭풍을 고려한 듯 강 씨의 자수 하루 만에 전자발찌 훼손 방지 대책도 발표했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자감독 대상자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물적, 인적 한계가 여전하다”며 “전자감독제도가 획기적으로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예산상 인원상, 또 우리 내부의 조직문화 변화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법무부 브리핑에선 전자발찌 훼손 방지 대책이 공개됐다. 법무부는 우선 전자발찌 훼손 대책으로 기존보다 견고한 재질의 스트랩(발목을 감싸는 고정장치)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법무부는 2008년 전자발찌제도 도입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재질을 강화해 왔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 8월까지 13명이 전자발찌를 끊는 등 훼손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자발찌를 훼손할 경우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자발찌 착용자가 발찌를 임의로 훼손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자발찌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평균 1년 미만의 형을 선고받는 데 그치고 있다. 법무부는 또 훼손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검거를 위해 경찰과의 정보 공유 범위를 넓히는 등 공조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구체적인 예산 확보 등 계획 없이 급조된 데다 원론적인 대책을 되풀이하는 데 그쳐 법조계에선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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