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이정현 전 의원이 첫 처벌을 받은 방송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이 전 의원이 방송법 4조 2항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전 의원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다룬 KBS 보도와 관련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항의하는 등 방송 편성에 간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전 의원은 김 전 국장에게 특정 뉴스 아이템을 빼거나 보도 내용을 바꿔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을 접촉해 방송 편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한 범행”이라며 “이 전 의원은 범행 자체가 민주주의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인식과 행위였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실제 방송 편성에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1심보다 줄어든 벌금 1000만원을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이 전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이 이 전 의원에게 적용한 방송법 4조 2항은 법률에 따르지 않고 방송 편성에 규제를 가하거나 간섭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방송법이 지난 1987년 만들어진 이래 위 조항으로 기소돼 처벌받은 것은 이 전 의원이 처음이다.
이 전 의원은 이 법 조항에서 규제하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언론 보도에 관한 의견을 내는 것까지 처벌할 수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 전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간섭이라는 행위를 세부적으로 모두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방송의 자유를 민주적 여론형성을 위해 보장해야 하는 필요성에 비춰, 간섭 방식은 새로운 방식으로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므로 일일이 규정하는 게 오히려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언급했다.
또 “이 법 조항은 방송 편성에 관한 모든 의견 개진이나 비판을 금지하는 게 아니다”라며 “간섭에 이르지 않는 시청자의 건전한 비판 등은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했다.
헌재는 “방송법 등에 의해 인정되는 다양한 의사표현의 방법과 통로가 있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지위에 있던 이 전 의원은 보도자료 배포나 언론 브리핑과 같은 공식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을 취하는 대신,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보도를 유도했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