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당일 철물점서 절단기 구입
6시간뒤 집에서 40대 여성 살해… 렌터카도 하루전 지인 통해 빌려
“우발 살인”등 진술 신빙성 떨어져… 취재진에 욕설하며 마이크 걷어차
“더 많이 못 죽인게 한… 반성 안해”
“사이코패스 성향”… 강, 구속 수감
취재진에 욕설-발길질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 씨(56)가 31일
오전 10시경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이 갖다 댄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고 있다. 강 씨는 범행 경위를 묻는 취재진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분노를 드러냈다. 뉴시스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하기 전후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강모 씨(56)가 첫 범행 약 6시간 전 전자발찌를 끊기 위해 절단기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씨가 전자발찌 훼손 등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강 씨의 진술 내용이 실제 행적과 다수 어긋나 강 씨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강 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범행 전후 강 씨와 연락했던 지인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 살해 전 전자발찌 끊으려 절단기 구입
31일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3시 57분 자신의 집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한 철물점에서 절단기를 구입했다. 강 씨는 약 5시간 반 뒤인 이날 오후 9시 반∼10시경 40대 여성 A 씨를 자신의 집에서 살해했다.
강 씨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강 씨가 전자발찌 훼손 등 여러 범행을 미리 계획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 씨는 첫 번째 범행 전후 행적에 대해 경찰에 수차례 거짓 진술을 했다. 27일 0시 14분부터 20분간 외출을 했다가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적발됐지만 경찰에서는 “전자발찌 때문에 (야간 외출이 제한돼 있어) 묶인 몸이라 집에만 있었다”고 진술했다. 강 씨는 28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할 때 썼던 렌터카에 대해 “회사에서 일하라고 빌려준 차”라고 진술했지만 실제로는 지인을 통해 빌려 25일부터 갖고 있었다. 28일 오후 2시 행적과 관련해서도 강 씨는 “두 번째 피해자 B 씨와 경기 하남시 인근에 있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실제로는 김포공항역 인근에 있었다.
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피해 여성(B 씨)에게 진 2000만 원의 빚을 갚으려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에게서 빚 독촉을 받자 26일 A 씨를 만나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A 씨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강 씨는 “A 씨의 신용카드로 휴대전화 4대를 596만 원에 구입해 되팔아 현금을 마련한 뒤 B 씨에게 갚으려 했으나 B 씨로부터 2000만 원을 전부 갚으라는 요구를 받자 B 씨마저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강 씨의 진술이 다른 혐의가 추가되는 것을 막거나 도주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를 숨기기 위한 거짓 진술일 수 있다고 보고 프로파일러 등을 투입해 강 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심리 상태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 강 씨 “반성 안 해. 더 못 죽인 게 한”
강 씨는 31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취재진이 범행 동기 등을 물으며 마이크를 가져가자 손을 휘둘러 마이크를 강하게 쳐내며 “나는 진실만을 말한다”고 외쳤다. “치워, 이 ×××야”라고 욕설을 하며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유족과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반성 안 한다. 사회가 ×같다”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강 씨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사이코패스 성향이 드러나는 모습”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나 잘못했다는 생각이 없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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