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임용 경력 10년→5년’ 무산에…판사들 “결국 국민이 피해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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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수가 부족해지거나 실력 미달 판사가 늘어나면 피해는 결국 재판 받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판사 부족 사태’를 우려해 판사 임용 시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도록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4표 차로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복수의 일선 판사들은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대법원은 판사 수급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5년 요건을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의 반대로 법 개정이 무산됐다.

법원은 지금도 ‘울며 겨자 먹기’로 판사를 뽑고 있다. 10년 이상 경력자만 지원할 수 있는 2026년부터는 “우수한 변호사나 검사는 법원에 지원할 리 없다”는 일선 판사들의 우려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판사 임용에서 면접관을 맡았던 한 부장판사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연 복잡한 증거를 검토해 정확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라고 의심되는 지원자도 있었다”며 “법원행정처에서도 ‘어쩔 수 없으니 웬만하면 그냥 뽑으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면접관을 맡았던 다른 부장판사는 “일선 판사들은 국민에게 빠른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살인적인 업무량을 견딘다”며 “그런데 나이가 많은 판사 지원자들이 면접에서 ‘힘들어서 워라밸이 보장되는 공무원 일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답변할 때 숨이 턱 막혔다”고 했다. 법원 재판연구원으로 일하는 A 씨(29)도 “판사가 꿈이었지만 10년 경력 후 38세가 되면 로펌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시기라 지원하지 않을 것 같다”며 “연구원으로서 기록을 보고 판결문 초안을 써보니 40세에 이 일을 처음 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현행법에 따라 법조 일원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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