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진천군에 기부문의 80건 접수
할랄푸드-육아용품 등 종류 다양
일부 주민, 수용후 타지역 이송 요구
“한국인의 정서인 ‘정(情)’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우리도 피난민일 때가 있었는데 어떻게 어려운 사정을 모른 척하나요.”
경남 김해시에서 식품업체를 운영하는 황재연 씨(63)는 아프간인 특별기여자 390명이 머물고 있는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가기 위해 1일 오전 4시 집을 나섰다. 황 씨는 지난달 아프간인들의 입국 소식을 듣자마자 이들의 식사 걱정이 앞서 곧바로 대한적십자사 등에 도움을 줄 방법을 물었다고 한다.
황 씨는 아프간인들이 즐겨 마시는 홍차가 부족하다는 연락을 받고 60만 원어치의 음식을 차에 실어 진천을 찾았다. 특별기여자 중 아이들이 많다는 말에 ‘할랄’(이슬람교도가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인증을 받은 음료와 땅콩과자도 함께 챙겼다. 황 씨는 “앞으로도 이들의 정착을 위한 지원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황 씨처럼 지난달 26일 입국한 특별기여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려는 시민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기여자 지원을 담당하는 대한적십자사와 진천군에는 1일까지 약 80건의 기부 문의가 접수됐다. 크레파스와 유아용 마스크 등 육아용품과 할랄푸드에 이르기까지 기부 물품 종류도 다양하다. 진천군 관계자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지원 물품을 모두 쌓아둘 수 없어 기부 희망자 명단을 작성해 차례대로 기부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특별기여자들의 수용과 국내 정착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근 주민 1040명은 지난달 31일 진천군과 음성군, 법무부, 지역구 국회의원 등에게 성명서를 전달했다. 이 성명서에는 특별기여자 진천 수용 이후 제3지역 이송, 주민안전 강화를 위한 법무부와의 소통창구 마련 등의 요구 사항이 담겼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자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프간인들이 8주간의 인재개발원 수용 기간을 마치면 제3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윤창렬 국무조정실 1차장이 수차례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재개발원에서 1.2km가량 떨어진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모 씨(31)는 “특별기여자 수용 과정에 있어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며 “탈레반 등의 테러 위험 등을 고려해 송 군수의 발언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지속적으로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난민법 폐지를 주장하는 난민대책국민행동(국민행동)은 지난달 26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아프간인을 난민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국민행동은 지난달 31일 ‘집회를 추진하겠다’는 게시글을 올리고 현수막과 피켓 문구를 제안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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