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딸 방치해 숨지게 한 의혹
법원 “엄마 진술 신빙성 떨어져”
검찰 “판결문 검토 뒤 항소 결정”
출생 신고가 안 된 생후 2개월 된 딸 하은이(가명)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친부모에 대해 법원이 2일 무죄를 선고했다. 아이 시신을 포장지 등으로 싸매 흙과 함께 나무 상자에 담고 밀봉해 수년간 집 안에 보관했다고 하는 친모 조모 씨(41)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일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조 씨의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다른 증거들도 간접 증거에 해당해 공소사실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볼 수 없다”며 하은이의 친부 김모 씨(43)와 조 씨의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와 조 씨는 2010년 12월 생후 2개월 된 딸 하은이를 사흘 넘게 고열에 시달리는 상태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아왔다. 이 사건은 조 씨가 2017년 3월 경찰서를 찾아 “7년 전에 죽은 딸이 자꾸 꿈에 나온다. 남편의 학대로 아이가 숨졌다”고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 씨의 진술에 대해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사망이라는 중대한 사실에 관해 아무 진술도 하지 않은 것은 수긍하기 어렵고, 꿈 때문에 신고하게 됐다는 진술 내용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어린 딸들과 함께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집 안에 (아이 시신이 담긴) 나무 상자를 두고 지냈다는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친부 김 씨가 2018년 10월 유기치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휴대전화로 ‘시체유기 조○○’ ‘조○○ 근황’을 검색한 것을 범행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 내세웠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송인 조○○ 관련 뉴스를 검색하려는 의도에서 (검색이) 이뤄졌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본보는 수사를 통해 하은이의 죽음이 10년 만에 밝혀진 사실을 2019년 1월 보도했다. 하은이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2020년 5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관련법이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투명인간’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없도록 병원에서 아동 출생 사실을 당국에 통보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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