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g·생존확률 1%…초미숙아 건우가 쓴 153일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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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6일 1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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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 퇴원일인 3일, 건우 부모님이 건우를 품에 안고 주치의인 김애란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와 퇴원을 기념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뉴스1
건우 퇴원일인 3일, 건우 부모님이 건우를 품에 안고 주치의인 김애란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와 퇴원을 기념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뉴스1

체중 288g,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이 ‘건우’가 153일간의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1%도 안 되는 생존 확률을 이겨낸 기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김애란·이병섭·정의석 교수)은 체중 288g, 키 23.5㎝의 초극소저체중미숙아로 태어난 조건우(5개월/남) 아기가 153일 간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마치고 3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6일 밝혔다.

400g 이하 체중의 초미숙아가 생종한 사례는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건우는 국내에서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은 아기로 기록됐다.

건우 엄마 이서은씨(38)는 임신 17주차에 태아가 자궁 내에서 잘 자라지 않는 ‘자궁 내 성장지연’ 진단을 받았다. 정진훈 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태아의 크기가 원래의 임신 주수보다 5주가량 뒤처질 정도로 작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태아가 버텨주는 한 주수를 최대한 늘려보기로 하고 입원을 결정했다.

이씨는 4월1일부터 고위험산모 집중관찰실로 입원한 후 태아 폐성숙을 위한 스테로이드와 뇌발달에 도움이 되는 황산마그네슘을 투여받았다. 그러나 태아 심박동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4월4일 응급 제왕절개로 건우를 출산했다.

예정일보다 15주 정도 앞선 24주 6일 만에 세상에 나온 건우는 폐포가 아직 완전히 생성되지 않아 자발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곧바로 기관지 내로 폐 표면활성제를 투여 받은 건우는 다행히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신생아팀의 집중치료에 들어갔다.

태어난지 한달 되던 날 잘 뛰던 심장이 갑자기 멎는 위기의 순간에도 긴급 소생술을 받으며 잘 버텼고, 동반된 폐동맥 고혈압과 미숙아 망막증도 다행히 약물치료로 조절이 됐다. 퇴원 전 진행한 탈장 수술도 문제없이 마쳤다.

건우 부모님은 건우에게 모유를 전달하기 위해 다섯달 동안 일주일에 한두 번씩 경남 함안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왕복 700㎞ 이상 최대 10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오갔다.

의료진과 부모님의 노력으로 건우는 생후 80일쯤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발적 호흡이 가능해졌고, 체중도 288g에서 1㎏을 돌파했다. 생후 4개월 중반에는 인큐베이터를 벗어나 생후 5개월에 다다랐을 때는 체중이 2㎏을 넘겼다.

이씨는 “건우는 우리 부부에게 축복처럼 찾아온 아이로 어떤 위기에서도 꼭 지켜내고 싶었다”며 “의료진 덕분에 건강한 건우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돼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뿐이다. 가장 작게 태어났지만 앞으로는 가장 건강하고 마음까지도 큰 아이로 잘 키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건우 주치의인 김애란 신생아과 교수는 “건우는 신생아팀 의료진을 항상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아이였지만, 동시에 생명의 위대함과 감사함을 일깨워준 어린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런 건우가 온전히 퇴원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고 기쁘다”며 “최근 산모 고령화와 난임으로 미숙아 출산율이 높아졌지만 성공률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미숙아 가족들이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한 해 태어나는 1.5㎏ 미만 미숙아 수는 3000여 명에 달한다. 서울 아산병원에서는 최근 3년간 19명의 500g 미만 초미숙아가 태어났고, 생존율은 58%에 이른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초미숙아 등록 사이트(400g 미만으로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에는 현재 286명의 미숙아가 등록돼 있는데, 건우는 전 세계에서 32번째로 가장 작은 아기로 등재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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