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촌각 다투는데…” 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 확대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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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양산소방서 긴급출동 시연회
사이렌 소리 나며 녹색 신호등 전환
교차로 10곳 지날 때 2분 30초 단축
정부의 전폭적인 예산지원 이뤄져야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을 켜자 적색이던 신호등이 녹색으로 자동 변경돼 양산소방서 소속 소방차가 막힘없이 지나가는 모습.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을 켜자 적색이던 신호등이 녹색으로 자동 변경돼 양산소방서 소속 소방차가 막힘없이 지나가는 모습.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그날 교통사고가 난 이후로 출동할 때마다 또 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합니다.”

올 6월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를 구급차로 긴급 이송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경남 양산소방서 조병준 소방사(33)는 아직까지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다. 조 소방사는 비가 많이 와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적색 신호등인데도 직진을 하다 반대편에서 좌회전하던 차량과 충돌했다. 조 소방사는 “위중 환자에게 소방관과 구급대원이 한시라도 빨리 도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소방사와 같은 우려가 앞으로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환자 이송 과정에서의 사고를 막기 위한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이 도입된다. 지난달 30일 시연회가 양산소방서에서 열렸다. 시연회 구간은 3억 원을 들여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을 설치한 황산로 일원.

오전 11시 정각 사이렌 소리와 함께 긴급 출동지령이 내려졌다. 지휘차량과 소방차 3대가 차례로 소방서를 빠져나갔다. 소방서 앞 양산시 동면∼교동을 잇는 황산로로 진입하자마자 교차로 앞에서 적색 신호등에 걸렸다. 긴급출동은 1분 1초가 급하지만 교차로에서 적색 신호에 걸리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 교통 정체도 문제지만, 다른 방향에서 마주 오는 차량과 충돌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방차 등 긴급차량 교통사고의 70%는 위급상황 출동 중에 일어난다. 한 해 평균 전국에서 일어나는 긴급차량 출동 교통사고는 151건에 달한다.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지나지 않을까 우려하던 찰나, 맨 앞 지휘차량에 타고 있던 김영범 소방교가 소방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 작동 버튼을 켜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적색 신호였던 교차로 신호등이 요란한 경고음을 울리며 녹색 신호로 바뀐 것이다.

이 신호에 맞춰 소방차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다음 교차로에 다다르자 적색이던 신호등은 녹색으로 자동 변경됐다. 좌회전이 필요한 교차로에서도 역시 녹색 신호등으로 바뀌면서 막힘없이 지나갔다. 다만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인 교차로에 다가설 때는 신호가 변경되지 않았다. 보행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시스템이 설계됐기 때문이다.

양산소방서에서 직선거리로 약 3.5km 구간에 설치된 교차로 10개를 지나가는 시간은 통상 8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이날 우선 신호 시스템을 적용해서 소요된 총시간은 5분 30초. 2분 30초가 단축된 셈이다. 지난해 경남소방본부가 설치한 김해시 10개 교차로 2.4km 구간에서도 통과 시간이 46%나 줄었다.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전국으로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이 도입된 지자체는 총 21곳으로, 1236개 교차로 신호등에 설치됐다. 경기 수원시가 1050개로 가장 많고, 나머지 지자체는 1∼48개로 설치율이 매우 낮다. 우리나라는 화재 신고 뒤 현장까지 7분 안에 도착하는 골든타임 확보율이 65%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골든타임 확보율을 높이기 위한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 확대 설치에 국가와 지자체의 더 적극적인 예산 투입 의지가 필요하다”며 “비용 대비 시스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자체들이 구축하는 지능형 교통체계(ITS)와 연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골든타임#긴급차량 우선 신호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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