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경기 김포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가던 아이들과 교사 등 11명을 태운 통학버스가 화물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통학버스는 약 3m 높이의 다리 아래 농수로로 떨어졌다.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과 교사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당일 모두 퇴원했다. 자칫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었지만 모두 안전띠를 매고 있어 큰 부상은 피할 수 있었다. 당시 어린이집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교육자료만 보여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자동차 놀이를 할 때 수시로 안전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교사가 ‘자동차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뭐죠?’라는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답하는 식이다.
○ 체계적인 교통안전교육이 교통문화 바꾼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해마다 1만 건 정도 된다. △2016년 1만1264건 △2017년 1만960건 △2018년 1만9건 △2019년 1만1054건 등이다. 다만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유치원, 초중고교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아 8400건 정도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의 교통안전교육을 지금보다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장기 시절 교통 위험에 대해 알려주면 그 인식이 청년이 되어서도 유지된다”며 “안전의식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안전법에 따른 고시’를 제정했다. 유치원을 포함한 모든 학교급에서 의무적으로 연간 51시간의 안전교육을 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교통안전교육으로는 제대로 된 교통 인식을 심어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안전교육 7개 영역 중 하나로 교통안전교육을 연간 10∼11시간 정도 하고 있을 뿐 별도의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하지 않고 있어서다. 학교별로 운영하는 교통안전교육의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프랑스의 경우 2002년 ‘도로 초보교육 이수증 제도(APER)’를 도입해 만 3∼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통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해마다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을 치러 ‘APER 이수증’을 받는다. APER를 수료한 학생들은 보험회사인 MAIF의 데이터베이스에 올라간다. 학생들이 원동기·자동차 보험을 가입할 때 교육 수료 여부를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중학생으로 진급하면 ‘도로안전 학교교육 인증제도(ASSR)’로 연결돼 소형 모터사이클 도로 연수 등의 교육을 받게 된다.
스웨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교통사고 사망률이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발달단계별’ 맞춤형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을 강조한 덕분이다. 1969년 설립된 국립도로안전협회(NTF) 안에 지역별로 결성된 어린이 교통클럽에서 만 3세부터 교통안전교육을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전문 지식을 갖춘 교사에게서 해마다 20시간 이상의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 체험 위주의 교통안전교육
교과 지식 위주의 안전교육 외에 아이들이 실습 위주로 ‘도로 위 위험’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교통안전교육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차량의 속도, 사각지대 등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을 직접 체험하면서 안전의식을 일깨워야 한다는 것.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아이들은 달리는 차보다 자신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사각지대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경우가 많아 위험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달리는 차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느끼고, 차 안에서 밖에 서 있는 친구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체험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교통 선진국으로 불리는 영국은 90% 이상의 초등학교가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독립 교과나 통합 교과로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왕실사고방지협의회(ROSPA) 산하 지역별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단체인 터프티 클럽(Tufty Club)에서는 만 3∼7세 어린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체험형 교육을 한다. 클럽 주도로 이론 수업을 한 뒤 실제 도로에서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교통안전 행동 패턴을 습관화하도록 지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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