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43·수감 중)의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지 160여 일만에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A 검사 등 7명을 검찰에 송치한다고 9일 밝혔다. 벤츠 차량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김무성 전 의원에 대해서는 입건 전 조사를 계속한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김 씨를 포함해 8명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현직 국회의원을 입건 전 조사했다”며 “김 씨를 포함해 7명을 불구속 송치한다”고 밝혔다. 입건 전 조사를 벌여왔던 주호영 의원은 불입건(내사 종결)하고, 수사를 받던 B 총경은 불송치(혐의 없음)하고 과태료 대상으로 조치한다.
● 검사 ‘고급 시계’ 수수 사실 확인 못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이들은 김 씨를 포함해 박 전 특검, A검사, B총경,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C TV조선 기자, D 중앙일보 전 논설위원 등 7명이다. 김 씨는 2018년 언론인 출신의 한 정치인을 만나 박 전 특검 등을 소개받는 등 이들과 알고 지내면서 모두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금품을 건넸다. 경찰은 4월 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송치를 앞두고 있던 김 씨에게서 “공직자에게 금품 등을 제공했다”는 구두 진술을 확보하고 약 160일간 수사를 벌여왔다.
송치된 이들은 D 전 위원을 제외하고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받은 선물 등의 판매처, 입금내역, 차량 출입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포르셰 파나메라 4’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의 경우 “렌트비를 줬다” “특검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국민권익위원회 회신 자료 등을 바탕으로 송치를 결정했다.
A 검사의 경우 명품 지갑과 자녀의 학원 수강료, 수산물을 받고 수입차량을 무상으로 대여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당초 “고가의 시계를 건넸다”는 김 씨의 구두 진술이 사실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김 씨가 이후 진술을 거부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씨가 시계를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 등을 확인했지만 <A 검사에게 시계를 건넸는지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동훈 전 위원, 엄 앵커, C 기자와 D 전 위원의 경우 당초 알려진 대로 각각 골프채와 수산물, 차량 무상대여와 풀빌라 접대, 등록금 대납, 수입차량 무상대여 등 혐의를 적용했다.
● 주호영 의원 불입건…김무성 전 의원도 내사
B 총경의 경우 올 2월 김 씨와 알게 돼 3월까지 만나며 수산물과 명품 벨트 등을 받았다는 혐의로 입건됐으나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B 총경이 받은 물품의 가액이 청탁금지법에 의한 형사처벌 기준인 1회 100만 원, 1년 3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처벌 기준에는 미달하지만 과태료 부과 대상에 해당해 경찰청 감찰 기능에 통보해 절차대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 의원의 경우에도 받은 물건의 가액이 부족해 입건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인인 한 스님에게 대게 등 수산물을 주도록 부탁하고, 올 설 연휴에 대게와 한우 등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주 의원에 대한 입건 전 조사를 벌여 왔다.
경찰은 “김 씨로부터 벤츠 차량을 제공받아 타고 다녔다”는 의혹을 받는 김 전 의원에 대해서는 입건 전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계속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 의원 측은 차량을 보관하면서 몇 차례 이용한 것은 인정하고 있지만 ”거액의 피해 회복이 안 된 상태라 담보조로 보관하려는 마음이었다”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김 전 의원의 형이 김 씨에게서 약 86억 원의 사기를 당한 피해자라는 점 등을 고려해 김 씨가 제공한 벤츠 차량의 성격 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의 입건 여부를 결정하는 한편, 대상을 불문하고 추가 단서가 포착되면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며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되는 공직자 등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렴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아지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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