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상대 허락받고 집 들어가… 대법 “주거침입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9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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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대법관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2021.9.9/뉴스1 © News1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대법관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2021.9.9/뉴스1 © News1
불륜 상대의 허락을 받았다면 불륜 상대의 배우자 몰래 집에 들어갔더라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84년부터 유사한 사건에서 주거침입죄를 인정해왔던 대법원의 기존 판결을 37년만에 바꾼 것이다.

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내연 관계에 있던 여성이 남편과 함께 사는 집에 남편 몰래 들어간 혐의(주거침입)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7, 8월 3차례에 걸쳐서 내연 관계에 있던 여성의 집에 부정한 관계를 맺기 위해 들어갔다. 남편 B씨와 함께 살고 있던 이 여성은 B 씨가 아침에 집을 비우면 A 씨를 불러 직접 현관문을 열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B 씨는 2015년 이미 형법상 간통죄가 폐지된 점을 고려해 주거침입 혐의로 A 씨를 고발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 씨의 범행으로 B 씨의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고 정신적 피해가 크다”며 A 씨의 주거침입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1984년 대법원이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집에 들어갔더라도 이 행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할 것으로 추정된다면 주거의 평온을 해친 것”이라고 한 판단을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고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 씨가 집에 들어갈 당시 B 씨의 배우자에게 승낙을 받았기 때문에 주거의 평온을 해칠 수 있는 방식으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9명의 다수 의견을 통해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전원합의체는 “침입이란 객관적, 외형적으로 볼 때 거주자가 집에서 누리는 평온한 상태를 해치는 방식으로 집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집에 있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방법으로 집에 들어갔다면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B 씨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만으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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