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박원순 전 시장 재임 기간에 진행된 민간보조·민간위탁 사업에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간 참여 확대와 전문성 활용을 명분으로 한 보조금 지급과 민간 위탁이 오히려 공무원이 직접 일할 때보다 책임성과 공공성을 떨어뜨리고 공정성을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 “시민단체가 중간조직 참여해 혈세 낭비”
오 시장은 “시민단체 등에 지원된 1조 원 가까이가 모두 낭비됐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집행 내역을 일부 점검해 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이 이날 제시한 사례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일부 민간 위탁 사업은 시민단체가 ‘중간지원조직’이 돼 다른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과도한 인건비가 문제였다. 자치구별 주민자치사업단장의 인건비는 연간 5000만 원 이상이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예산 중 인건비 비중도 2016년 40%에서 올해 63%로 늘었다.
오 시장은 “전문 지식이나 정보가 필요하면 시민단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기존 조직이 있는데 굳이 다른 조직이 생기면 비용 증가로 결국 정책 수혜자 몫은 줄어든다”고 꼬집었다.
당초 사업 의도와 달리 일부 시민만 혜택을 누리는 사례도 있었다. 마을생태계 조성 사업과 관련한 지난해 예산 83억 원 중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주민공모사업 예산은 16억 원(19%)에 그쳤고, 집행 예산의 상당 부분은 공익성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시장은 사회주택 사업 진행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주체’라는 조직이 이를 맡도록 한 점도 지적했다. 공공임대를 수행하는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가 있는데도 다른 조직이 등장함으로써 비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시가 땅을 빌려주고 이자를 지원하고 자금 융자도 했는데 정작 사회경제적 주체들은 융자금 상환을 반복적으로 지연, 연기했고 임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세입자에게 피해를 줬다”고 비판했다. 사회투자기금 운용을 특정 단체에 맡기면서 위탁금 약 40억 원을 지급한 점이나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시민단체 출신 인사의 특정 단체 집중 지원도 ‘혈세 낭비’ 사례로 봤다.
○ 시민단체 “吳 ‘공기업 만능주의’ 유감”
서울시는 27건의 민간보조·민간위탁 사업을 감사 또는 조사 중이다. 대표적으로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조성 및 운영 실태 △사회주택 추진 실태 △태양광 보급 사업 △청년활력 관련 사업 △‘플랫폼창동61’ 운영 실태 등 박 전 시장 재임 때 진행된 정책들이다.
관련 시민단체들은 바로 비판에 나섰다. 사회주택 사업에 참여해 온 사단법인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입장 자료에서 “사회주택 헐뜯기를 계속하며 공기업 만능주의를 설파하는 오 시장에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모든 정책에는 양면이 있고 공과(功過)가 있다. 차분하게 살펴보는 대신 지금처럼 과도하게 손을 보려는 것은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오 시장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왜 흔적 지우기로 매도돼야 하느냐”며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 것은 서울시 수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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