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25)에게 1심에서 사형이 구형됐다. 김씨 측은 ‘우발적 범행’이란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검찰은 치밀한 사전계획에 기반한 고의적인 일가족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 심리로 13일 오전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양형기준을 엄격히 해석하더라도 사형 구형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검찰은 “범행 동기·수단·방법·결과 등에 비춰 피고인 범죄는 가히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될 극악한 유형”이라며 “영원한 사회격리만이 정당한 정의실현을 달성하기 위해 적법한 수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 A씨에게 호감을 느끼고 접근했으나 연락을 거부당하자 스토킹 끝에 3월23일 피해자 거주지인 노원구 아파트에서 A씨와 여동생, 모친을 살해했다.
검찰은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혐의로 김씨를 4월 구속기소했다.
김씨 측은 A씨를 제외한 살인이 ‘우발적’이었다는 그간 주장을 되풀이했다. 가장 먼저 맞닥뜨린 여동생을 제압하려 했으나 거센 저항에 당황해 살인하게 됐고, 이후 자포자기 심정이 돼 귀가한 모친까지 살해했다는 것이다.
이날은 A씨에 대한 범행마저도 우발적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김씨 변호인은 “칼을 내려놓고 돌아서는 피고인을 피해자(A씨)가 뒤에서 밀쳐 넘어뜨렸고, 전세가 역전돼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칼을 들이대 대치하던 중 몸싸움을 하다 피해자가 목숨을 잃게 된 결과”라고 말했다.
또 김씨가 범행 직후 도주하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할 수 있었음에도 아파트에 남아 극단적 선택을 한 점 등을 반성의 근거로 주장했다. 김씨도 “살아있다는 게 엄청 큰 죄책감이 든다”며 여러 차례 사과했다.
그러나 검찰은 Δ우발성을 주장하는 김씨의 그간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 Δ피해자의 저항이 무장 상태였던 김씨에게 위협적이란 진술의 설득력이 낮은 점 Δ첫 번째 살인 이후 범행을 중단하는 대신 피해자 컴퓨터를 켜 기록을 확인·삭제하는 등 계획을 실행한 점 등을 근거로 범행이 고의적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씨가 A씨를 제외한 가족들에 대한 살인 가능성을 사전 단계에서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 자체로 계획성이 있다고 봤다. 검찰은 “범행 과정에서 없던 살의가 생겨 살해한 게 아니라 이미 살의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저항 등으로) 범행 시점만 잠시 지연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씨의 재범 위험성이 높은 반면, 교화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김씨는 앞서 보호관찰소에서 실시한 ‘한국 성인재범위험성 평가도구(KORAS-G)’에서 ‘높음’ 수준인 총점 13점을 받았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R-L)’에서도 재범 위험성이 ‘중간’ 수준인 총점 19점을 받았다.
특히 검찰은 김씨가 피해자들에게 범행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반성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기소 이후 14차례 제출한 반성문에 대해서도 검찰은 “범행 후 피고인이 처할 상황에 대한 후회나 피고인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라며 “피고인의 심리 근저에는 여전히 피해자로 인해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를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자신이 고통받는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오는 10월12일 오전 진행된다. 재판부 선고와 관련해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한국은 실질적으로 사형제 폐지국”이라며 “전례나 사회적 합의 등을 고려해 최소 무기징역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잔혹성 등에서 김씨 사건과 유사하게 언급된 ‘대구 중년부부 살인사건’의 장재진이 2015년 대법원 최종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점과 관련해 김씨 역시 사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1990년생으로 당시 28세였던 장씨는 대법원이 사형 원심을 확정하며 최연소 민간인 사형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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