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영아 질식, 결국 사망…“고의 아냐” 집행유예

  • 뉴시스
  • 입력 2021년 9월 14일 11시 33분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기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여성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14일 주위적 공소사실 살인, 예비적 공소사실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기소된 A(38)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모유 수유를 하던 중 생후 한달 된 자신의 아이를 끌어 안는 방식으로 숨을 못 쉬게 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영아의 몸 상태가 이상하다며 119에 직접 신고했으며, 병원으로 이송된 영아는 며칠 후 사망했다. 이후 병원 측은 A씨의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변론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사건 당시 좁은 방안에서 아이 2명과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던 점, 남편이 10분 후에 집에 도착할 것을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검찰은 당초 A씨를 살인 혐의로만 기소했지만 지난 7월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이날 재판부는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당시 상황에서) 피고인이 순간적으로 피해자를 끌어안아 숨을 못 쉬게 할 수 있지만 그걸 넘어 살해할 생각이거나 그 살해 결과까지 용인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건 당시 A씨와 피해자가 얼마간 밀착해 있었는지 구체적 시간을 특정하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하루 넘게 생존한 것을 보면 A씨가 피해자를 끌어안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을 안 이후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그 과정에서 심폐소생술을 계속 한 점, 평상시 학대 정황이 없는 점, 이 사건 전후 피고인의 상황 등은 피고인이 사건 당시 살인 고의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은 무죄, 예비적 공소사실인 아동학대치사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폭행 경위로 인해 한 생명이 사망한 점에 비춰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평소 자녀들을 학대한 적이 없고 산후 우울증 등 순간적 감정 못 추스르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다른 자녀 2명이 남아있는 점, 죄책감 속에 살 것으로 보이는 점 등도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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