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신청자 6∼8명 불과한 신보
지난달 163명이 생활자금 신청… 예탁결제원-산은 등도 대출 급증
“유예기간 안줬던 금융사와 달리 마지막 특혜 대출 기회를 준 셈”
이달 3일 공공기관 사내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8월 한 달간 금융공공기관 직원들이 무더기로 사내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사내대출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한 달의 유예기간을 주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막차 수요가 대거 몰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신용보증기금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신보 직원 163명이 생활안정자금 사내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7월 전체 신청자(106명)보다 많은 규모다. 앞서 5∼7월엔 매달 신청자가 6∼8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사내대출 신청 러시는 준정부기관인 신보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공기업에서도 줄줄이 이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은 1∼7월 매달 1∼4명 수준이던 생활자금 사내대출 신청자가 8월 20명으로 급증했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에서도 지난달 94명이 생활자금 대출을 신청해 7월(59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사내대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을 미리 당겨 받으려는 직원들이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 3일 각 공공기관에 사내대출 제도 개선 지침을 통보했다. 사내대출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새로 적용하고 대출 한도를 주택자금 7000만 원, 생활자금 2000만 원 등으로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해당 지침의 시행이 이달 3일부터 시작되면서 한 달간 느슨한 제도로 대출받을 수 있는 유예기간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주택자금 1억3000만 원, 생활자금 5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었던 신보 직원들이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전에 서둘러 대출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예탁결제원과 산은의 기존 생활자금 대출 한도도 각각 7000만 원, 3000만 원으로 지침보다 높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금융회사들은 유예기간도 별로 없이 신용대출 한도를 갑작스럽게 줄였다”며 “이와 달리 공공기관 사내대출 규제는 사실상 유예기간을 줘 마지막 특혜 대출 기회를 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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