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도 통원치료… ‘자가+대면진료’ 시스템 첫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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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머물다 이상 있으면 방문-입원
경기도에 단기진료센터 문 열어
감염 증가 계속… 서울 최다 확진
정부 “접종률 80%로 목표 상향”

13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자가치료 연계 단기진료센터‘에서 직원들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수원=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3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자가치료 연계 단기진료센터‘에서 직원들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수원=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통원치료’가 시작된다. 확진 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면 집에 머물다가, 필요할 때 단기진료센터에서 의사에게 대면 진료를 받는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전담병원에 입원하거나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이 같은 통원치료 체계는 ‘위드(with) 코로나’ 전환의 필수조건인 자가치료 확대를 위한 것이다.

1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 내 실내체육관에 문을 연 ‘자가치료 연계 단기진료센터’가 이번 주 중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시작한다. 자가치료 중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방역당국 상담 후 단기진료센터를 이용하게 된다. X선 촬영이나 혈액검사 등을 받고 큰 문제가 없으면 집으로 돌아간다. 검사 결과에 따라 단기진료센터에 1∼3일 입원하거나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이송된다. 이날 현재 경기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 454명이 자가치료 중이다. 증상이 없거나 미미한 환자, 어린 자녀가 있는 성인, 50세 미만 1인 가구 등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 국민의 80%, 성인의 90%까지 백신 접종률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파력이 강한 인도발 ‘델타 변이’ 등을 감안해 접종 완료율 목표를 상향했다는 분석이다.

4차 유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14일 오후 9시까지 서울에서만 확진자 790명이 나왔다. 서울의 확진자가 700명을 넘은 건 처음이다.

자가치료 이상증상땐 단기센터行… 대면진료후 귀가-입원 결정
코로나 통원치료 어떻게 하나

경기 지역에 사는 20대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아무 증상이 없어 집에 머물고 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라 자가치료 가능자로 분류된 것이다. 확진 나흘 뒤 조금씩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열 등 다른 증상은 없었다. A 씨는 자신의 증상을 전화로 모니터링하는 경기도 홈케어지원단에 비대면(전화) 진료를 요청했다. 의사는 A 씨와 통화 후 ‘대면진료’를 결정했다. 잠시 후 A 씨를 태운 구급차가 향한 곳은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아닌 ‘단기진료센터’. 이곳에서 A 씨는 X선 촬영과 혈액검사 등을 받았다. 의사로부터 직접 “경미한 증상”이라는 설명을 들은 뒤 A 씨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가상의 코로나19 환자 사연이지만 이제 곧 현실이 된다. 코로나19 환자도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 집에 머물다 필요할 때 ‘대면 진료’

13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전용 의료시설이 문을 열었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자가치료 연계 단기진료센터’다. 이곳에선 경증 코로나19 환자들이 X선 촬영과 혈액검사 등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의사 진료와 간단한 치료도 가능하다. 환자 진료는 이번 주중에 시작된다.

개소 첫날 동아일보 취재진이 단기진료센터를 찾았다. 체육관 양쪽에 이동형 음압병실 15개가 설치됐다. 병실 하나가 15m² 크기로 2명씩 사용한다. 대형 창문을 통해 의료진은 방호복 없이 음압병실 밖에서 진료할 수 있다. 일부 주사가 필요한 환자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들어가 접종한다. 모든 병실에는 음압 설비가 설치돼 있다. 병실 천장에 작은 구멍 수십 개가 뚫렸다. 한 시간에 10번씩 환기하면서 새로운 공기를 공급한다. 이를 개발한 남택진 KAIST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병실마다 다르게 설정한 기압을 중앙에서 제어하고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1∼3일 입원 후 증상이 사라지면 집으로 돌아간다. 진료 결과에 따라 당일 귀가할 수도 있다. 집에서는 남은 자가치료 기한만 채우면 된다. 물론 갑자기 병세가 악화될 경우에는 즉각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이송된다.

○ 통원치료 체계는 위드 코로나의 선제 조건

단기진료센터 설치는 자가치료 확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와 대면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확진자 폭증 시 시설과 인력 부족으로 대응이 어려운 전담병원과 생활치료센터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안정적인 ‘위드(with) 코로나’ 전환이 가능해진다. 단기진료센터 운영을 맡은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일일 확진자 1만 명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마련해야 위드 코로나가 가능하다”며 “그러기 위해 자가치료에 대면 진료를 접목한 모델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5∼11일 전국 생활치료센터 환자 가운데 병원 이송은 2.1%에 불과하다. 대부분 자가치료가 가능한 환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자가치료를 허용한 지자체는 경기도와 서울시, 강원도 등 3곳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차 유행이 일어난다면 변이 유행과 숨은 전파 등으로 인해 지금보다 규모가 클 것”이라며 “자가치료를 빨리 시작해서 지자체별로 경험을 많이 쌓아야 대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역당국도 최근 “단계적인 일상 회복으로 가는 길목에 반드시 거쳐야 될 관문이 자가치료”라며 “(3개 지자체 외에) 다른 시도에서도 자가치료를 시행하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방역 완화가 재확산으로 이어진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해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을 치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드 코로나 도입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또 “접종과 방역과 일상이 조화되는 새로운 ‘K모델’을 창출해 세계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자가치료#단기센터#코로나 통원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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