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이요~”
손님들이 귀를 막습니다. 윤기철(93) 할아버지가 뻥튀기 기계의 뚜껑을 열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오색 파라솔이 출렁입니다. 구수한 ‘튀밥’ 냄새가 모란시장을 뒤덮자 주변에 있던 할머니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14일 경기 성남시 5일장인 모란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임시휴장을 반복했지만 오랜만에 제 역할을 하는 뻥튀기 기계처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으로 북적였습니다.
70년대만 해도 1000여 개에 달했던 5일장 가운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200여 개 정도라고 합니다.
40년 넘게 뻥튀기 장수로 살아온 윤 할아버지는 “뻥튀기는 기름에 튀기고 양념과 색소를 뿌린 과자보다 곡물을 그대로 튀겨 건강에도 좋잖아. 하지만 손주 녀석은 과자를 더 좋아한다”며 아쉬워하셨습니다.
대형마트와 상설시장에 밀려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5일장. 뻥튀기망 사이로 빠져나온 튀밥을 주워 먹던 아이들은 어느새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추억마저 빛이 바래고 있지만, 남아있는 이들에게 장터는 여전히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왁자지껄 되찾은 일상의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구수하고 정겹기만 합니다.
성남=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