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동거가 결혼보다 만족도 높아… 청약 등 제도 이용 한계는 불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5일 11시 34분


결혼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남녀가 결혼한 부부보다 더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대적으로 더 평등한 가정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비혼 동거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연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전국 19~69세 남녀 중 현재 동거중이거나 동거 경험이 있는 300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중앙 정부차원에서 동거 커플의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거 커플, 만족도-갈등 모두 높아
조사 결과 현재 동거 중인 상대와의 관계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63%였다. 지난해 여가부가 가족실태조사에서 결혼한 부부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7%였다. 이보다 6%포인트 더 높은 것이다.

또 동거 커플은 결혼한 부부보다 더 평등한 가정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 커플 중 70%는 장보기, 식사 준비, 청소 등의 가사노동을 남녀가 똑같이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결혼한 부부 중 가사노동을 똑같이 분담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6.6%에 불과했다. 자녀양육과 교육을 똑같이 한다고 응답한 동거 커플 비율도 61.4%로 결혼한 부부(39.2%)보다 더 높았다.

반면 동거 커플은 갈등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 커플의 67%가 최근 1년 간 동거인과 갈등이나 의견 충돌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결혼한 부부 중 배우자와 갈등 및 의견 충돌을 겪은 적 있는 비율(47.8%)보다 20%포인트 가량 더 높았다.

동거 커플의 평균 나이는 38.8세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3.9%로 가장 많았고 40대 24.5%, 29세 이하가 22.5%로 그 뒤를 이었다. 동거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를 꼽은 이들이 38.6%로 가장 많았다. ‘곧 결혼할 것이라서’(23.3%),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해서’(27.4%),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25.6%) 등도 이유로 꼽혔다.

● “동거 커플도 수술 동의서 쓸 수 있었으면”
동거 커플 등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과 법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보니 각종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거 커플은 가장 필요한 정책에 대한 질문에 ‘수술동의서 등과 같이 의료적 결정 시 동거인을 법적인 배우자와 동일하게 인정하도록 관련 법제도 개선’(65.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동거 관계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부모 지위 인정’(61.6%), ‘공적 가족복지서비스 수혜 시 동등한 인정’(51.9%), ‘사망, 장례 시 법적 배우자와 동일하게 인정’(50.2%) 등의 순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동거로 인한 불편함이나 어려움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50.5%)이 주택 청약, 주거비 대출 등 주거지원제도 이용 어려움을 꼽았다.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아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던 국민을 포용하고 모든 아이들이 가족형태와 상관없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계 부처, 전문가 등과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2시부터는 연구원 국제회의실에서 해당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가족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포럼 ‘결혼해야 가족인가요? 함께 하는 삶, 그리고 정책이야기’가 열린다. 연구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실시간 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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