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전문가 A씨는 16일 기자에게 대뜸 전례동화 이야기를 꺼냈다. 영유아 사망이 많던 옛날 옛적 아이의 무병장수를 빌며 아주 긴 이름을 지었다는 구전동화 말이다. 이 전문가는 “좋은 말은 다 가져다 이름을 지었는데, 결국 이 아이는 오래 살았을까요?”라고 물었다.
처음엔 알 듯 모를 듯 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A 씨는 약 한 시간가량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해 성토했다. 특히 최근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위드 코로나’ 전환 논의에 대한 비판이 집중됐다.
핵심은 정부가 온갖 수사를 동원해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나온 개념이다. 전체 확진자수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환자 수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위드 코로나 전환 후 “방역 완화로 환자가 늘었다”는 비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루 수 만명의 일평균 환자가 나와도 방역 완화기조를 이어가는 미국 영국처럼 말이다.
반면 ‘위드 코로나’ 전환 논의가 시작된 우리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위드 코로나 전환 열망은 높은데, 확진자수도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부도 일상 회복과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방역 완화가 재확산으로 이어진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해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을 치밀하게 준비할 것”이라며 “접종과 방역과 일상이 조화되는 새로운 ‘K모델’을 창출해 세계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의 메시지가 애매모호하다는 의견이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방역과 일상은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상충되는 개념인데,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기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K모델’이라는 대통령의 워딩을 접하고 실소가 나왔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확진자수가 늘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전환론만 띄우고 실제 내용적으로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역을 하겠다는 것을 밝힌 셈”이라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전환을 ‘돌다리 두드리듯’ 신중하게 하자는 의견에 반대할 전문가는 없다. 하지만 불가능한 이상을 앞세운 ‘위드 코로나’론은 향후 더 큰 혼란과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 의료계 단체의 간부는 “처음부터 위드 코로나로 가면 전체 확진자수가 일정부분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걸 솔직하게 말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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