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가도 모를 ‘부부’라는 인연…지난해 ‘아내 살인’ 최소 4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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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19일 0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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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 살인, 특히 아내 살해 사건은 매달 여러 사건이 보도되는 등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살해 범행이 있기 전 폭력 양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가정폭력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진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혼소송을 하며 별거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A씨(49)는 살인, 총포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송치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5월부터 피해자인 아내와 별거하며 이혼소송을 벌여왔는데, 지난 3일 피해자는 소지품을 가지러 A씨가 사는 집에 들렀다. 피해자는 자신의 부친과 함께 서울 강서구 소재 A씨의 거주지를 찾았다.

A씨와 피해자는 이혼 문제로 언쟁을 벌였고, 피해자는 자신의 부친에게 이러한 장면을 촬영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격분한 A씨는 집에 보관하던 이른바 일본도(장검)를 휘둘러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일에는 강원 원주에서 아내를 살해했다고 신고한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에 옮겨졌고, 4일 충남 공주에서는 다툼 도중 격분한 남편이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도 부부간 살인 보도는 여러 건 있었다. 인천에서는 별거 중인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말다툼을 벌이다 아내를 살해한 60대 남편이 경찰에 붙잡혔고, 경기 파주에서는 40대 남성이 아내를 살해한 뒤 자신도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매년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을 내놓는데,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남편(전 남편 포함)에 의한 아내 살인은 45건, 살인미수 등은 50건으로 집계됐다.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실제 피해 여성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끔찍한 사건을 줄이기 위해서는 통계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기관이 발표하는 범죄통계에는 ‘피해자의 관계’를 애인, 동거친족 등으로 분류하고 부부는 집계되지 않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아내 살인이라고 나오지 않고, 친족 간 살인만 통계를 잡는다”며 “존속살해, 비속살해, 배우자 살해가 다 뒤섞여서 공식적인 통계청에서는 그렇게 보고가 된다”고 지적했다.

살인 사건이 줄어들지 않는 배경에는 ‘가정폭력’에 대한 대처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살해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과 엄중 처벌이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A씨 사건에서도 피해자인 아내가 수년 전부터 가정폭력 피해를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지인은 A씨가 피해자를 아이들 앞에서 때리거나 목조르기도 했으며 평소에 장검으로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사기관도 A씨의 가정폭력 혐의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

여성의전화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지우려는 사회적 분위기와 사법부의 문제적 태도가 지속된다면 피해자는 계속해서 위축되고, 가해자는 계속해서 당당해질 것”이라며 “악순환을 끊기 위해 국가는 관련 법체계를 점검하고 대대적이며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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