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의 작업장에서 6년 이상 주 단위로 주간·야간 근무를 번갈아 가면서 일을 하다 심장질환으로 근로자가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설령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 판단 기준 근로시간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A씨(사망 당시 43세)의 배우자 정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2013년 4월부터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B회사 제조공장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9년 8월 갑자기 회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A씨는 끝내 숨졌다. 사인은 허혈성심장질환이었다.
A씨의 배우자 정씨는 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정씨는 “A씨가 입사 이후 월평균 252시간 이상 근무했고, 1주 간격으로 주간조와 야간조로 교대 근무했다”며 “용광로 근처에서 근무해 고온과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건강이 크게 악화돼 사망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일하던 작업장 용광로 부근 온도는 35도에 이르고 평균 소음은 만성적 소음 수준”이라며 “또 야간근무가 주간근무보다 신체적·정신적 피로도가 훨씬 높은데, 오히려 회사는 야간근무자에게는 주간근무자에게 주어지는 1시간의 휴식시간의 절반뿐인 30분의 휴식시간만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6년 이상 매주마다 낮과 밤이 바뀌는 근무를 했는데,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주는 야간근무 특성상 이런 형태의 강도의 교대근무를 장기간 견뎌 온 A씨는 일반적 주간근무만을 하는 사람보다 훨씬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경영상 사정으로 간헐적 휴업을 해 A씨가 사망하기 전 12주간 및 4주간 평균 업무시간이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인 고용노동부 고시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어 A씨도 더 큰 긴장감을 갖고 업무를 했을 것으로 보이고, 업무시간 단축으로 급여가 줄어들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스트레스를 더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무시간 단축이 오히려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를 증가하는 요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40대 초반인 A씨가 기존에 앓고 있던 질병이 자연적으로 진행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주야간 교대 근무, 열악한 작업장 환경 때문에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로 급성 심장질환이 생겨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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