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여권 인사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집중하면서 기존에 진행하던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윤 전 총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피의자로 입건한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 수사력의 절반을 투입해 압수물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최석규 수사3부장이 주임검사를 맡고, 거기에 수사3부 검사 3명뿐만 아니라 다른 수사부 검사도 일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부장검사를 포함한 총 13명의 검사 중 6~7명가량이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투입되면서 기존에 진행해오던 수사를 이어갈 여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수사2부가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 사건에 집중하느라 나머지 사건들 대부분이 수사3부에 배당했던 것도 수사 지체 현상을 가중시켰다.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 사건은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피의자인 이 검사를 3차례나 소환해 조사해놓고서도 3개월이 지나도록 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도 수사 착수 4개월이 다 되도록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소액사기 범죄 사건을 공소시효 만료까지 처리하지 않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해남지청 장모 검사 사건도 아직 결론 내지 않았다. 모두 수사3부에서 맡은 사건 들이다.
수사3부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위법 출국금지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된 검사들,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6명을 입건했으나 검찰과의 권할 다툼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답보 상태다. ‘스폰서 검사’로 알려진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도 입건 이후 이렇다 할 진척이 없고, 엘시티 로비 부실 수사 의혹 수사도 입건 4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윤 전 총장이 피의자로 입건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사건 수사는 핵심 참고인인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조사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공수처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인 고발사주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신속하게 규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수사력 집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를 표방하며 고발된 사건의 경우 자동적으로 입건하지 않고 기초조사를 진행해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악의적인 고발에 따른 피해를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이는 바꿔말해 ‘입건’된다는 것은 그만큼 수사할 필요성이 확인됐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인권친화적 수사 기구를 표방해온 공수처가 상대적으로 사이즈가 작다는 이유로 입건한 사건의 처분을 미루는 것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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