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추석 연휴 기간에 진정되기는커녕 더욱 거세게 이어졌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이 평소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는데도, 신규 확진자는 4일 연속 요일별 최다를 기록할 정도다. 수도권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추석 귀성·귀경길을 통한 전국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출근이나 등교 전 선제 검사의 영향으로 23일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 이동량 늘면서 연일 최다 확진
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720명. 연휴 막바지인데도 이틀 연속 1700명대 확진자가 나왔다. 앞서 1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087명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발표일 기준으로 토요일 확진자 수 중 가장 많았다. 이어 19, 20, 21일에도 요일별로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연휴 시작 후 22일 0시까지 검사를 받은 사람은 총 36만3433명이다. 일주일 전 같은 기간(51만9241명)의 70%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연휴 동안 확진자 수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연휴 전부터 사적 모임이 증가하며 지역 내 숨은 감염자가 많아진 탓이다. 실제 방대본이 오후 9시 이후 수도권의 QR코드 출입명부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달 둘째 주(5∼11일) 이동량은 전주보다 39.3%나 늘었다. 정부가 6일 수도권의 식당과 카페 이용 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연장하고, 야간 모임 허용 인원을 4명(접종 완료 2명 포함)에서 6명(접종 완료 4명 포함)으로 늘린 영향이다. 이달 셋째 주(12∼18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1828명으로 2주 연속 증가했다.
○ 돌파감염 등 곳곳에 유행 폭발 ‘불씨’
22일 0시 기준 전체 확진자 중 비수도권 비율은 22.9% 수준이다. 하지만 8월 초 피서철 이후 비수도권 확진자 비율이 40%대로 올랐던 양상이 이번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추석 연휴로 인해 수도권의 유행 증가세가 비수도권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휴 이후 확산세를 키울 수 있는 불씨는 또 있다. 우선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에서 감염되는 ‘돌파감염’이 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후 2주간 만 18세 이상 확진자 2만895명 가운데 2140명(10.2%)은 접종 완료자였다. 등교 수업 재개 후 아동·청소년 확진도 본격적으로 늘고 있다. 중고교 내 집단감염은 이달 들어 16일까지 이미 17건 발생했다.
국내 감염 확진자 중 전파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비율은 최근 4주 새 33.5%에서 39.8%로 늘었다. 생활공간 곳곳의 감염원이 방역 속도보다 빠르게 전파를 일으킨다는 신호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지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연휴가 시작됐기에 조만간 역대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위드(with) 코로나 시 확진자 급증 대비해야”
당초 정부는 이달 중하순 확진자 규모가 정점을 찍은 뒤 차츰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를 통해 10월부터 방역을 완화할 계획이었다. 만약 추석 여파가 예측을 크게 웃돌면 ‘위드 코로나’ 전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위중증 환자는 최근 3주 연속 감소세이지만 확진자 규모가 급증하면 위중증 환자도 다시 증가해 의료 역량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10월 말 이후 방역을 단계적으로 완화할 경우 내년 4월 이후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 일일 최고 2만200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 방역을 일시에 없애는 시나리오(일일 최고 8만 명)보다 낫지만,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의 유행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정부는 만약 방역을 완화한다면 단계적으로 해야 하고, 예상되는 피해의 규모를 국민들에게 상세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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