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을 가리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철거해달라는 국민청원이 게시된 지 5일 만에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포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22일 오후 10만 명의 동의를 넘겼으며, 23일 오전 7시 기준 10만 9천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김포장릉은 조선 제16대 인조의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능으로,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중 하나”라며 “파주 장릉과 김포 장릉, 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인데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와 조경을 심하게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아파트들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지어진 건축물”이라며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는데다 심의 없이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파트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위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장릉 쪽으로 200m 더 가까운 곳에 지은 타 아파트는 최대한 왕릉을 가리지 않도록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도록 지어졌다. 좋은 선례가 있었음에도 나쁜 선례를 새로 남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이미 분양이 이루어져 수분양자들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기에 이 청원을 작성하는 저도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2019년에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에 앞서 이러한 사안을 검토하지 않은 지자체 및 건설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인정한 우리 문화유산을 건설사 및 지자체들의 안일한 태도에 훼손되는 일이 지속된다면 과연 우리 문화가 계속해서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우리 문화는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 이번 일들이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인식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일 문화재청은 검단신도시에 아파트를 짓는 3개 건설사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높이 20m 이상 건물을 지으면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것.
지난 2017년 1월 문화재청장은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했다. 그러나 이들 건설사는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개별 심의를 받지 않았다.
아울러 문화재청은 이들 3개 건설사가 검단신도시에 짓는 3400여 세대 규모 아파트 44개 동 가운데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동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도 내렸다.
건설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14년 인천도시공사로부터 택지 개발 허가를 받은 땅을 사들였고 2019년 인천 서구청의 심의를 거쳐 공사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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