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자금 대출 못갚는 청년들 “취업도 못해… 갚을 길 막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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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억 체납, 4년새 두배로 늘어
年소득 2174만원 넘으면 상환의무… 실직했거나 생활비 부담으로 연체
상당수는 상환의무 소득에도 미달… “언젠간 갚아야 할 돈… 걱정 많아”

지난해 수도권의 한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 A 씨(27)는 졸업한 지 2년이 되어 가지만 학자금대출 1100만 원 중 300만 원밖에 상환하지 못했다. A 씨는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한 회사에서 계약직 인턴으로 근무하며 틈틈이 수십만 원씩 대출금을 냈다. A 씨는 “3월에 퇴사하고 6개월간은 전혀 대출금을 못 내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앞으로 학자금대출을 어떻게 갚아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학자금대출을 갚지 못하는 청년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체납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체납 건수는 약 4만6000건, 액수는 545억 원에 달했다. 2017년에 체납 건수가 2만1000건, 체납액이 227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체납 규모가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학자금대출은 대학 재학생이 한국장학재단에 신청해 받는다. 대출자가 취업해 2174만 원(지난해 기준)의 연간 소득을 올리면 다음 해부터 대출 상환 의무가 생긴다. 학자금대출 체납은 연봉 2174만 원 이상의 직장에 다니는 청년이 실직했거나 다른 생활비 부담 때문에 학자금을 갚지 않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청년들에게 금융상담을 해주는 청년지갑 트레이닝센터 백승훈 사무국장은 “학자금대출 체납 금액이 늘어나는 것은 현재 청년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있었던 청년들의 구직난, 자영업, 프리랜서의 소득 문제가 코로나19로 인해 더 심각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자는 30만8000여 명으로 청년 6명 중 1명 이상이 실업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실업률은 2016년 7월 기준 21.7%에서 지난해 7월 기준 25.6%로 매년 소폭 상승해 왔다. 올해는 22.7%로 5년 만에 처음 하락세를 기록했다. 서 의원은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인한 고용난에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며 “단기 아르바이트나 공공 아르바이트 등을 제외하면 청년 실업난이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첫 직장에 취업한 후 학자금 상환의 의무 소득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 신생 기업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다 올 1월 퇴사한 B 씨(25)는 근무 당시에도 연봉이 2000만 원이 되지 않았다. B 씨는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려다 불발돼 중고교생 과외와 물류창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B 씨는 “장학금을 받은 덕분에 두 학기만 학자금대출을 받아 체납액이 300만 원 정도”라며 “언젠가는 학자금을 갚아야 할 텐데 계속 취업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 고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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