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오는 10월 말 또는 11월 초에 도입할 계획이던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with covid19·코로나와 공존)’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적절한 시기로 12월 또는 2022년 초를 예상한다.
추석 연휴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 규모가 2400명을 훌쩍 넘어선 데다 3000명대 진입마저 우려되기 때문이다. 4차 유행이 감소는커녕 더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추석연휴 끝 이틀만에 3000명대 진입
전국 지자체가 잠정 집계한 24일 오후 11시 현재 신규 확진자는 2894명으로 추산된다. 이 추세라면 25일 0시 기준 3000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월 20일 코로나19 국내유입 이후 최다 규모이자 첫 3000명대 진입이다.
현재 4차 유행은 전염력이 센 델타형(인도) 변이에 의해 신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는 형국이다. 특히 확진자 10명 중 7명이 인구가 몰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쏟아지고 있다. 수도권 유행을 잡지 못하면 4차 유행 감소세는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나는 다음 주 중순쯤에 더 큰 규모로 신규 확진자가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전망은 방역당국의 일치된 의견이다.
박영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24일 백브리핑에서 “추석 전부터 나타난 이동량 증가 추세를 고려했을 때 다음주 초 그 이상까지도 향후 확진자는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 지방에 다녀온 경우 계속 검사를 받게 되는데, 25일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지방에 다녀온 사람이 다 들어와 검사를 받는 다음 주에는 (신규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방역당국은 하루 최대 2300명대에서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 예측은 보기 좋게 엇나갔다. 일부 방역 전문가들은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00명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지금은 이 수치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신규 확진 10명 중 6명 2040…유행 질 더 나빠졌다
신규 확진자가 많아질수록 위드 코로나 도입은 계속 늦어질 수밖에 없다. 최소한 하루 확진자 규모가 세 자릿수로 내려가야 위드 코로나 도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7일 방역당국이 발표한 제6차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는 ‘위드 코로나가 가능한 확진자 규모는 하루 평균 100명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1.9%로 가장 높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방역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확진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40대 이하 신규 확진자는 50대 이상보다 접종률은 낮은 대신 높은 활동력 탓에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2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2434명 연령별 현황은 20대가 549명(22.5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449명(18.45%), 30대 445명(18.28%), 50대 322명(13.23%), 10대 222명(9.12%), 60대 212명(8.71%), 9세 이하 119명(4.89%), 70대 81명(3.33%), 80세 이상 35명(1.44%) 순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만 60세 이상 고령 확진자가 많았던 것과 상반된 현상이다. 20~40대 신규 확진자가 많다는 점은 확산세를 감소세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20~40대가 마스크 착용 및 사적모임 준수 등 필수적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는 한 당장 방역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연령별 1차 접종률 및 접종 완료율 현황을 보면 30대가 74.1%, 34.5%를 기록했다. 이어 40대는 78.1%, 30%였다. 20대도 76.2%, 30.3%로 조사됐다. 50대 이상 연령층 1차 접종률이 80~90% 이상, 60대 이상 접종 완료율이 80~88% 안팎으로 집계된 데 비하면 낮은 편이다.
40대 이하가 2차 접종까지 마치려면 10월 말은 돼야 한다.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 “방역 강화할 때”…위드코로나 신중론 고개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만 2000~3000명이 쏟아진다면 위드 코로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위드 코로나에 대해 긍정보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0월 말 또는 11월 초 도입 일정을 12월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추석 연휴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잠복 감염자는 다음 주에 많이 나올 것”이라며 “예방접종 인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신규 확진자가 급격히 감소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위드 코로나보다) 방역을 강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도 “정부는 과감하게 단계적 일상 회복을 외치지만 지금 상황에선 도입 일정을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더 큰 규모로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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