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공소유지를 담당해온 강백신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검사(48)가 “한 명의 공판 검사에게 사건을 새로 파악해 법정에서 대응하라고 하는 건 사실상 권력자의 범죄에 대한 처벌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이라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최근 대검이 수사 검사의 직관(재판 직접 참여)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직관 제한’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해 직접 의견을 밝힌 것이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 부장검사는 전날인 27일 오후 6시경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공판부 우대와 직관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직관의 시간-’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A4용지 15페이지 분량인 글에서 강 부장검사는 “시험을 준비한 사람이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처럼 공판을 준비(수사)한 사람이 공판을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동안 공판 검사가 수사 기록을 넘겨받아 공소유지를 했던 것은) 사회가 고도로 발전되지 않았던 상태에서 범죄와 부정부패가 거대, 복잡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만으로도 법정에서 실체를 관철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 부장검사는 “사회 발전에 따라 거대 권력들이 출현했고 권력자들의 범죄와 부정부패는 매우 거대하고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직접 수사한 검사도 협업을 해야만 사건 전체에 대한 장악이 가능할 정도”라며 “한 명의 공판검사로 하여금 사건을 새로 파악해 법정에서 대응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권력자의 범죄에 대한 처벌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 수사 관련 끊임 없이 비판받아 온 것 중 하나가 권력자의 요구나 실적을 위해 수사를 개시한 후 기소하고 공판을 책임지지 않는 ‘던지기 기소’ 행태였다”며 “직관은 수사에 대한 책임주의 실현과 수사권 남용 억제의 기본적 장치이자 최고의 방책”이라고도 주장했다. 강 부장검사는 법원의 1개 재판부마다 전담 공판검사 1명을 배치하는 대검의 ‘1재판부 1검사’ 추진안에 대해서는 “최근 대형 사건들은 수사에 참여한 여러 검사들이 공판에만 전념해도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판부 하나를 담당하고 있는 공판 검사가 다수의 수사검사를 대체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했다.
강 부장검사는 “변호사 시절 ‘수사검사 직관이 피고인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김오수 검찰총장의 과거 발언에 대해서는 “어떤 사건 관련인지 알 수 없어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직관은 수사검사가 공개된 법정에서 판사의 주재 하에 대형 로펌의 다수의 변호사들의 변호를 받는 피고인 측과 당사자적 지위에서 상호 공방을 주고받는 것인데 검사의 어떤 활동이 피고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범죄와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권력자들에게는 직관이 자신들의 인권과 특권을 침해하는 최고의 위험요인이 되는 것은 맞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강 부장검사는 수사검사의 직관을 제한하는 조치는 ‘공판 역량 강화’라는 검찰의 기존 정책 목표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직관하는 사건이 있는 검사들의 경우 인사나 파견에 있어 어느 정도 배려받는 부분들이 있었으나 최근 인사 운용에 있어서는 직관을 위한 이동시간이 길어지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강 부장검사는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마친 뒤인 지난해 8월 검찰 중간 간부 인사 이동에서 통영지청으로 발령났고, 통영에서 서울을 오가며 재판에 참여했다.
강 부장검사는 “(법무부에서 중요시하는 형사, 공판부 우대 정책의) 구체적 내용과 정책적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도 비판했다. 강 부장검사는 “공판부 현실은 그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고, 수사부서와 비교해 상대적인 업무량이 이전보다 늘어나 공판부 기피 현상이 더 심화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접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형사부 검사들은 송치 사건 수사과정에서 중대 범죄를 찾아낸 경우라도 스스로 수사할 수 없고 다른 부서로 사건을 넘겨야 하도록 했는데 이런 조치는 형사부 우대와는 상극적 조치”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일부 재판을 담당한 수사 검사들에 대해 직관 사유서 등을 제출해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하기 위한 조치이고, 모든 사건에 대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수사검사가 인사 이동 후에도 직관을 하는 경우 일주일에 여러 날을 자리를 비우게 되고, 본인 뿐 아니라 같은 청의 다른 검사들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다”며 “직관은 힘든 일이고 전폭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소속 청 사정 등 전체 인력 운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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