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중구 입정동 청계천변에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이 거닐던 곳은 자전거 통행을 위해 조성된 자전거전용도로였다. 약 50m 간격으로 이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시민들은 개의치 않고 자전거전용도로 위를 누볐다.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걷다가 마주 오는 자전거와 부딪칠 뻔한 아찔한 장면도 눈에 띄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 씨(41)는 “자전거전용도로로 가던 중 보행자와 부딪칠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자전거는 차와 마찬가지이고 자전거전용도로는 차도와 같은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전용도로 위를 다니는 보행자가 너무 많다”고 했다.
○ 자전거 전용도로 아슬아슬 걷는 보행자들
서울 도심에는 최근 자전거 이용자가 부쩍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거리 두기가 가능한 교통수단인 자전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도심 곳곳에 새로 자전거도로가 개통한 영향도 커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세종대로 사람숲길, 청계천 자전거도로 개통 후 공유자전거 ‘따릉이’ 대여소 이용률이 전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새로 개통한 이들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기존 차로에 있던 자전거 주행 공간을 보도와 같은 높이로 올려 차도와 분리하거나 청계천변 안전통행로의 가로수를 옮겨 확보한 공간에 자전거전용도로를 놓았다.
하지만 자전거도로로 통행하는 보행자들이 적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은 실정이다. 도로 곳곳에 보행자 진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전거전용도로는 분리대나 경계석으로 구분해 자전거만 이용할 수 있다.
세종대로 사람숲길에 조성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도 보행자의 통행이 잦은 편이다. 겸용도로는 자전거 외에 보행자도 다닐 수 있지만 자전거의 원활한 통행이 우선이므로 자전거가 올 때는 보행자가 옆으로 비켜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행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지만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수칙을 안내하는 등 계도 및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며 “전용도로를 이용하는 보행자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횡단보도 달리는 위험한 운전자들
보행자를 위한 공간에서는 자전거가 위협이 되고 있다. 보도는 기본적으로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며 횡단보도도 마찬가지다. 13세 미만 어린이나 65세 이상 노인, 신체 장애인을 제외하고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전거횡단보도가 설치된 곳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차도를 건너도 문제가 없지만 자전거횡단보도가 없다면 반드시 자전거를 끌고 보행해야만 사고가 발생해도 자전거 운전자는 보행자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가 차량이나 다른 자전거, 보행자 등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는 계속 늘고 있다. 2011년 2883건에서 지난해 5667건으로 연평균 7.8% 늘었다. 최근 10년간 사고 현황을 보면 월별로는 6월(6097건)과 9월(5907건)에 많이 발생했다. 사망자 수는 9월(119명)이 가장 많았다.
사고를 막으려면 교통법규 숙지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자전거 운전능력 인증제’를 운영하는 등 관련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전수연 도로교통공단 교육운영처 교수는 “자전거 운전자는 올바른 통행방법을 숙지하고 안전모를 착용하며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등 교통법규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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