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사는 전상균 씨(60)는 중학교 1학년인 막내아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힐지를 두고 고민이 크다. 정부 방침에 따라 11월부터 12세 이상 청소년도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지만 전 씨는 아들에게 백신을 맞히자니 불안감이 앞선다고 했다. 전 씨와 아내, 성인인 딸 두 명은 모두 백신을 맞았다.
전 씨는 “백신 부작용이 성인에게는 단순 염증이어도 성장기 청소년한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 않느냐”며 “그렇다고 백신을 맞지 않으면 아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정부는 27일 소아·청소년(12∼17세)과 임신부 등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하면서 접종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그러자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해 백신을 맞겠다”는 의견과 “부작용 우려가 커 안 맞는 게 낫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김모 씨(46)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해 중2인 딸을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불안한 상황”이라며 “백신을 맞으면 설사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중증으로 가지는 않을 테니 아이에게 백신을 맞힐 생각”이라고 했다. 강원 철원군 A중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 양(15)은 “비대면 수업을 하면 생활패턴도 불규칙해지고 공부에 집중도 안 돼 얼른 백신 맞고 편하게 등교하고 싶다”고 했다.
반면 미성년자의 경우 확진되더라도 중증으로 가거나 사망하는 비율이 매우 낮고, 백신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접종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경기 고양시에서 중학교 1학년 자녀를 키우는 김모 씨(45)는 “아이들은 활동 범위가 좁아 성인보다 전파력이 크지 않다고 보는데 백신 부작용은 고령층보다 젊은층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하니 백신을 맞히기가 부담된다”고 했다.
교사들도 혼란스러워 한다. 인천의 B중학교 교사는 “어제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더니 백신을 맞겠다는 학생과 안 맞겠다는 학생이 정확히 반씩 나왔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백신을 안 맞은 학생들이 확진돼 등교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 미접종 학생들이 비난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백신 접종을 두고 학생들 간에 편 가르기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경우도 백신 접종으로 생기는 이익이 확진됐을 때의 위험보다 크다고 조언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내 고3 수험생 44만여 명 대상 접종 데이터를 근거로 볼 때 백신 접종을 통한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며 “다만 연령 차이에 따라 접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초중학생의 경우 접종 후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학생들의 경우 부작용 때문에 (접종을) 꺼리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먼저 접종한 고교 3학년에서는 백신 접종이 확연하게 코로나19 감염을 막았다”며 백신 접종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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