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의혹]檢수사서 드러난 거짓 해명들
김만배 "대장동 관련 불법로비 전혀 없었다"…유동규에 '5억원 뇌물 건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지 몰랐고 100% 기자로 알고 있었다. 대장동 얘기를 꺼내본 적도 없다.”
지난달 30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그는 1일 검찰에 체포된 뒤 조사받는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김 씨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번 돈의 절반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돈을) 어떻게 줄 것이냐”고 되물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그동안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핵심 관계자들이 해명해 온 내용이 거짓이라는 점을 가리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 의혹 부인했지만 증거 앞에 ‘진술 번복’
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두 가지 혐의로 구속된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그동안 자신이 대장동 민간 부문 사업자로 선정한 화천대유 측과의 금전거래 의혹 등을 모두 부인해 왔다. 그는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주고 700억 원을 수수하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나 “그걸 언제 어디서 누가 그렇게 했는지 정확하게 밝혀 달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한 뒤엔 “김 씨와 대화하며 ‘줄 수 있냐’고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이고 실제로 약속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말을 바꿨다.
실제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는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2015년 3월 대장동 사업자 선정을 할 때부터 개발이익의 25%인 700억 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화천대유 측에 각종 특혜를 제공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특히 검찰은 올 1월에는 700억 원 가운데 일부인 5억 원을 이미 수수한 사실도 포착했다.
그는 또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 대해 지난달 30일 “정 회계사를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며 “한 번 정도 만났던 것 같은데 어떤 일로 만났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가 정 회계사의 뺨을 때리는 등 이후 사이가 틀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달 2일에는 “술기운에 뺨을 때린 것은 맞는데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을 바꿨다.
○ 金 “불법 로비 없어” vs 檢 “5억 유동규에 전달”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는 지난달 서울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불법 로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김 씨가 장기 대여금 명목으로 화천대유로부터 가져간 473억 원 중 100억 원을 자신이 분양대행 업무를 몰아준 A사 대표 이모 씨에게 건넨 사실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씨의 해명과 달리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약속한 개발이익 중 일부인 5억 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가 A사 대표 이 씨에게 준 100억 원의 성격을 두고도 관련자들의 수상한 해명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토목건설업체 B사의 대표 나모 씨는 2014년 말부터 2015년 3월까지 이 씨로부터 “토목 사업권을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받은 뒤 20억 원을 건넸다. 1년 뒤인 2016년 B사가 토목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자 100억 원이 김 씨와 이 씨를 거쳐 나 씨에게 전달됐다. 이에 대해 나 씨는 “20억 원과 일부 이자를 더해 돌려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억 원과 100억 원이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이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민용 변호사도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에 대해 “화천대유와 연관돼 있다는 것은 2019년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화천대유 핵심 관계자들이 사업 선정의 특혜를 받기 위해 남 변호사가 정 변호사를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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