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이라고 부를 만하다. 전국 가구 수(약 2336만 가구)를 감안하면 가족 중 한 명은 이 앱을 쓰는 셈이다. 중고 거래에서 시작해 지역 밀착 커뮤니티 서비스로 진화 중인 당근마켓 이야기다.
당근은 ‘당신 근처’의 줄임말이다. 2015년 직장인 기반 플랫폼인 판교장터로 시작해 2018년 전국으로 무대를 넓혔다. 2018년 1월 50만 명이었던 월간 순이용자(MAU)는 최근 1500만 명을 넘었다. 당근마켓 김재현 공동대표(42)를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났다.
문방구, 기찻길 등 회사 곳곳에 붙여 놓은 공간 이름이 독특했다. 지역 기반 서비스를 지향하는 당근마켓의 정체성과 닮아 있었다. 김 대표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하면서 먼 거리를 연결하는 것만을 가치 있게 여겨 왔다. 반대로 내가 사는 동네, 내 이웃을 연결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의 아이디어는 김 대표와 김용현 공동대표가 함께 근무하던 카카오의 사내 중고 거래 게시판에서 얻었다. 좁은 서비스 범위, 거래자 간 높은 신뢰도, 이용자의 높은 체류 시간 등 게시판의 성공 요인을 당근마켓에 그대로 옮겼다.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기를 당하거나 거래에 실망했다는 ‘거래 불만’ 비율은 0.7% 미만이다. 신뢰도를 높인 요인 중 하나가 매너온도다. 36.5도로 시작해 상대의 평가에 따라 변화한다. 김 대표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앱을 업데이트할 만큼 고객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용자 간 신뢰가 쌓이면서 기존 지역카페 기능도 대체하고 있다. 맛집 문의, 취미 공유 등이 이뤄지는 동네친구 서비스는 최근 MAU가 600만 명을 넘었다. 김 대표는 “네이버 검색보다 내 지역 정보 찾기에 유리하고, 폐쇄형 커뮤니티인 맘카페보다는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로 진화하면서 이용자들이 머무는 시간도 늘었다. 글로벌 데이터 조사기관 앱애니에 따르면 가입자 1명당 월평균 64회 당근마켓에 들어와 2시간 2분 동안 머물렀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넥스트도어(25회, 51분)보다 이용자들과 더 깊은 친밀도를 유지했다는 의미다.
당근마켓은 최근 1789억 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는 3조 원. 유통 대기업들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2019년 글로벌 버전 캐롯(Karrot)을 출시한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등 4개국 72개 지역에 진출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당근마켓의 목표는 전 세계 이용자 20억 명이 쓰는 글로벌 서비스다. 가입자 수 2000만 명을 넘겼으니 목표의 1%를 이룬 셈이다.
“증시 상장보다는 탄탄한 수익구조를 만드는 게 먼저예요. 무리한 투자보다는 원래 속도대로 조금씩 앞을 바라보고 갈 겁니다. 당근마켓이 이렇게 잘될 줄 만들 땐 몰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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