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들어서 보내줄게요. (고발장을) 그냥 내지 말고 왜 인지 수사 안 하냐고 항의를 해서 대검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하세요. 내가 (대검 간부한테) 얘기해 놓을게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확보한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제보자 조성은 씨의 통화 녹음 파일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 의원이 지난해 4월 3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 씨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로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장 등을 전달하며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공수처는 김 의원이 검찰 관계자로부터 고발장을 받아 조 씨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지난해 4월 8일 조 씨에게 건네진 또 다른 고발장이 실제 미래통합당으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당 법률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 김웅-조성은 간 통화 녹음 2건 복구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최근 조 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김 의원과 조 씨의 지난해 4월 3일 통화 녹음 파일 2건을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음 파일에는 김 의원이 이날 오전 조 씨에게 전화를 걸어 고발장과 참고자료를 보내겠다고 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또 “서울남부지검으로 가라. 거기가 안전하다”고 한 내용도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관할하는 검찰청인 점 등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고발장과 자료 등을 전달한 뒤인 이날 오후 4시 17분 김 의원이 조 씨에게 다시 두 번째 전화를 걸어 “대검에 접수시켜라. 나는 빼고 가야 한다”고 말한 내용도 녹음 파일에 있다고 한다. 대검에 고발장을 접수시킬 때 본인은 동행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 의원이 “검찰색을 빼야 한다” “접수되면 (잘 처리해 달라고) 얘기해 놓겠다”고 말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 의원이 고발장 전송 후 전화로 ‘꼭 대검 민원실에 접수시키라’고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입증할 녹음 파일이 발견된 것이다. 공수처는 6일 정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조상규 변호사의 자택,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올 8월 검찰에 제출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에 대한 고발장 확보에 나섰다. 정 의원은 지난해 8월 당무감사실에 최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고, 법률자문위원이었던 조 변호사는 이 고발장을 전달받아 수정한 뒤 검찰에 접수시켰다. 공수처가 고발장의 전달 경로 확인에 나선 것이다.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정 의원은 “(공수처가) 사무실 서류와 컴퓨터, 휴대전화에 (자료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며 “이 사건은 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영장에 따른 압수물은 제가 작성한 고발장 파일이 한 개였고, (제가 전달받은) 고발장 초안부터 변호인 의견서까지 5가지 파일을 임의 제출했다”고 했다.
○ 공수처, ‘제보 사주’ 의혹도 동시 수사 착수
공수처는 조 씨의 언론 제보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개입했다는 이른바 ‘제보 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박 원장을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함께 고발된 조 씨는 고위공직자가 아닌 만큼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수처는 조 씨가 처음 언론에 관련 의혹을 제기할 무렵을 전후로 박 원장과 만나 관련 내용을 상의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또 박 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연루된 의혹을 받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을 언급한 것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개입한 것인지 수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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