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분양사에 20억 주고 100억 돌려받은 토목업체… “이유 말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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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의혹]화천대유 관련 용도 불분명한 거래들

“(20억 원을 주고, 100억 원을 돌려받은 경위에 대해) 지금은 이유를 말할 수 없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부지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아파트 단지의 분양대행을 독점한 A분양대행업체에 20억 원을 준 후 그 5배인 100억 원을 받은 B토목건설업체 대표 나모 씨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 씨는 A업체 대표 이모 씨와 거액을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돈의 성격이나 사용처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 6차례 총 20억 원 전달…한 번에 100억 원 반환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였던 2014년 말∼2015년 3월 A분양대행업체 이 씨와 B토목건설업체 나 씨 사이에 20억 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2014년 이 씨는 나 씨에게 “20억 원을 주면 대장동 부지 토목사업권을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씨는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인척 사이다.

이에 대해 나 씨는 “단순 하도급을 받는 것이 아닌 토목사업 전반에 대한 권한을 받기로 했다”면서 “(대장동 민간 개발을 추진하던) 판교AMC와 다 계약이 돼 있다면서 계약서도 실제로 보여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판교AMC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와 정재창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곳으로,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대표를 맡던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의 자회사 격이다.

당시 나 씨는 20억 원이라는 거액을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3억 원, 4억 원 등으로 나눠 총 6차례로 걸쳐 이 씨에게 전달했다. 나 씨는 “모든 거래는 법인 간 계좌를 통해 이뤄졌다”고 했다. 하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2016년 8월 이뤄진 대장동 부지 토목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나 씨의 B사가 배제됐다. 나 씨는 이후 수차례 이 씨에게 내용 증명을 보내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후 2019년 4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자신이 대여금 명목으로 화천대유에서 가져간 473억 원 중 일부인 100억 원을 A사의 이 씨에게 전달했다. 이 씨는 김 씨로부터 100억 원을 전달받은 당일 곧바로 나 씨의 B사 법인 계좌로 같은 금액을 다시 전달했다고 한다. 이 씨는 6일 동아일보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B사로부터 20억 원을 받은 것은 맞다”면서 “100억 원은 대여 당일 즉시 B사 법인으로 송금했으므로 최종 용처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나 씨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인 계좌에 내역이 다 남아있다.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 ‘3억 원 뇌물 사진’ 협박과 닮은꼴?

법조계에서는 100억 원의 전달 과정과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크다. 앞서 이 씨가 20억 원을 받은 시기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간사업자 선정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해당 금액이 불법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불법 로비 내역으로 협박을 당해 받은 금액 이상의 돈을 돌려준 것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다. 이 같은 수상한 거액의 흐름에 대해 수사기관에서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 측의 의심 거래 내역을 제출받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6일 나 씨로부터 법인 통장 거래 자료 등을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수백억 원대의 수상한 거래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에 참여했던 정재창 씨는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진행 중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3억 원의 뇌물을 건넸고, 이 과정을 사진 등으로 남겼다. 이후 동업 관계였던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등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협박했고, 입막음의 대가로 150억 원을 받기로 약정한 뒤 120억 원을 받아냈다. 정 씨는 천화동인 4호의 지분을 갖고 있다.

#토목업체#화천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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