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서 ‘모유수유 서약’ 강요…지금이 2021년 맞나”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10월 7일 10시 00분


한 보건소의 모유 수유 서약서. 트위터 갈무리
한 보건소의 모유 수유 서약서. 트위터 갈무리
한 보건소에서 임신부에게 ‘모유 수유 서약’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누리꾼 A 씨는 6일 트위터를 통해 “지인이 보건소에 임신부 등록을 하러 갔다가 불쾌한 일을 당했다”며 “모유 수유 서약이라는 걸 하라고 해서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라 서명하지 않겠다’고 하니 유난 떠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A 씨는 “지금이 2021년이 맞는지, 떨어지는 출생률을 바로잡을 생각이 있는 나라가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인 B 씨와 나눈 메신저 대화 화면을 캡처해 공개하고 여성가족부 트위터 계정을 태그했다.

캡처본에서 B 씨는 A 씨가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모유 수유 서약서 사진을 공유했다. 서약서에는 ▲나는 모유 수유 할 것을 약속합니다 ▲나는 모유 수유의 중요성을 알고 건강한 아이로 키울 것을 약속합니다 ▲나는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하더라도 모유 수유를 지속할 것을 약속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B 씨는 “저는 모유 수유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제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동의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서명하지 않겠다니까 (보건소 측이) ‘기분 나쁜 내용도 아니고 캠페인인데 그냥 쓰라’는 거다. 내용이 불쾌하고 동의하지 않아서 쓰지 않겠다고 하니 ‘왜 불쾌할 내용이냐’며 ‘그냥 캠페인이니 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안 쓴다고 하고 나머지 서류를 접수했는데 그 이후로 엄청 싸한 분위기로 끝났다. 저는 이게 여성에게 너무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어디에 호소하면 좋을지 여쭌다”며 A 씨의 의견을 물었다.

A 씨는 “세상 모든 사람이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그게 의무도 아닌데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것이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마냥 여겨지도록 한다”며 “캠페인일 뿐인데 안 한다고 분위기 싸하게 만들 건 뭐냐”고 비판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도 “모유 수유는 개인의 자유다. 강요해선 안 된다” “산모들 죄책감 유발하는 캠페인”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해도 모유 수유? 근로환경부터 개선하라” “이러니 누가 애를 낳으려고 하겠나” “아예 분유 판매 금지를 하지 그러냐”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 서울 25개 보건소 중 일부가 임산부에게 모유 수유 서약서 작성을 권고하고 있다. 전국 보건소가 무료 지원하는 산전검사를 받으러 온 임신부에게 모유수유를 홍보하기 위한 취지다.

지난해 10월 서울 동대문구 보건소는 모유 수유 서약서를 제출하면 수유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산모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울 외 지역 보건소에서도 모유수유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서약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