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으로 근로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를 계기로 정보기술(IT) 업계 조직문화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정부가 다음 달 200여개사에 대한 근로감독에 착수한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1월 중 IT 업계에서 근로자 300인 이상을 두고 있는 200여개사에 대해 기획형 근로감독이 실시될 예정이다.
기획형 근로감독에선 감독 실시 이전 1년 대상 사업장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집중 점검하게 된다. 고용부는 이번 감독에서 노동관계법 위반을 비롯해 직장 내 괴롭힘 등 조직문화에 대한 진단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네이버를 필두로 IT 업계의 고질적인 조직 문화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조치다.
지난 5월 네이버에서는 한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공분을 샀다.
이후 고용부는 네이버에 대해 두 달여에 걸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고, 이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임금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 등이 알려진 바 있다.
당시 특별근로감독에선 네이버 임원급을 제외한 근로자 4000여명을 대상으로 익명의 설문조사와 심층 면담 등이 진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실적 압박을 위한 성과 평가, 폭언, 괴롭힘 등의 문제가 IT 업계 전반에 심각하다는 제보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IT 업계에선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결정하는 보수체계로 인해 실적 압박과 사내 갑질 등이 고질적 문제로 여겨져왔다.
고용부는 IT업계에 대한 근로감독은 처음인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을 갖추고 인지도가 높은 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넥슨코리아, 넷마블,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엔씨소프트 등 주요 IT 기업이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은 안경덕 고용부 장관이 지난달 마련한 주요 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이다. 안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화 근절 등 수평적 조직문화를 마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300인 이상으로 기준을 둔 것은 상대적으로 규모를 갖춘 기업을 통해 본보기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간담회 과정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으며, 노사 및 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감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안 장관은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실시한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실적이나 인사평가 관련 갑질은 사안별 사실관계, 맥락을 살펴볼 문제로 본다”면서도 “하반기 300인 이상 IT 업종 204개사에 대해 감독시 장시간 근로감독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진단 등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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