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검찰단 등 합동수사단이 7일 군 관계자 15명을 기소했다. 지난 3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219일 만이다. 하지만 사건 초기 부실수사 혐의를 받아 온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을 비롯한 지휘부는 단 한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유족들이 2차 가해 혐의로 추가 고소한 15비행단 대대장과 중대장 등 2명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됐다. 군이 결국 ‘셀프 면죄부’용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정치권에선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합수단은 7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종수사 결과 이번 사건 관련자 25명을 형사 입건하고 이 중 1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0명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됐다. 이 중사가 지난 3월 성추행 피해를 처음 신고했을 당시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20비행단 군사경찰과 군 검찰, 이를 지휘·감독하는 공군본부 법무실 관계자들은 모두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군사경찰은 성추행 정황이 담긴 핵심 증거물인 블랙박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13일 뒤에야 확보했고 군 검찰은 사건을 송치 받고도 55일간 가해자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합수단 관계자는 이날 “초동수사가 미진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절망을 생각해보라”며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 처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군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공언하며 창군 이래 처음 특임 군 검사까지 사건 수사에 투입했다. 하지만 결국 ‘몸통’은 한 명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것을 두고 군 안팎에선 “부실수사 책임을 면피한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5개월 가까이 이 중사 시신을 국군수도병원에 안치한 채 장례를 미뤄온 유족은 이날 “처음부터 끝까지 부실수사”라며 “대통령 말만 믿고 지켜봤는데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정의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꼬리만 자르는 격이 아니라 몸통 통째로 놓아준 꼴”이라며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던 국방부의 아집에 4개월이 넘는 귀중한 시간이 흘러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국정조사 요구서와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라며 “특검에 대한 침묵은 곧 군 내 성폭력, 부조리에 대한 침묵이라는 것을 민주당이 자성하고 하루빨리 특검 조사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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