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삶의 벼랑 끝에 몰린 456명의 참가자가 상금 456억 원을 걸고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상금은 5단계로 진행되는 게임의 최종 우승자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집니다. 1명의 탈락자가 생길 때마다 공중에 매달린 돼지저금통에 1억 원씩 적립됩니다.
현실의 사람이 마치 온라인 게임 속 캐릭터와 같이 쉽게 사라집니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비극적 운명을 예감하면서도 456분의 1의 확률에 자발적으로 도전합니다. 그만큼 참가자들의 절박한 처지, 두려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드라마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설탕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오징어게임’ 등 과거 한국의 어린이들이 즐겼던 놀이들이 나옵니다. 유치할 수도 있는 게임이 목숨을 가르는 승부의 관문으로 재구성됨으로써 흥미를 자아냅니다.
미국 넷플릭스가 투자해 만든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지구촌이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는 황동혁 감독(사진)입니다. 그는 2007년에 영화 ‘마이 파더’로 데뷔해서 ‘도가니’(2011년), ‘수상한 그녀’(2013년), ‘남한산성’(2017년) 등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의 인기 이유에 대해 “아이들 놀이로 구성되어 이해하기 쉽고 이런 게임에 목숨을 건다는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니 드라마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징어게임에는 영웅이 없습니다. 가혹한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상금을 차지하는 기훈(이정재 분)이 과연 승리자인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연출자는 드라마를 통해 우리 모두가 패배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오징어게임은 디스토피아적 히트작”이라고 평하면서 이 작품이 암흑세계를 실감 나는 허구로 그려내는 방식으로 현실을 비판한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어린이들의 전통 놀이를 활용한 소재의 참신함과 빈부 격차라는 주제의 보편성을 창의적으로 빚어냈습니다. 냉혹한 경쟁 속에서 돈 앞에 왜소해지는 인간을 풍자함으로써 동감을 얻었습니다.
가요, 드라마에 이어 놀이 문화마저 한류의 외연을 넓히고 있습니다. 우리의 동심과 함께했던 전통 놀이는 꽤 많습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나 ‘신데렐라’ 노래에 맞춰 손을 마주치며 노는 쎄쎄쎄 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라는 노래에 맞춰 상대편을 한 명씩 데려오는 게임도 있습니다. 이 밖에 쌀보리 게임, 줄넘기,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말타기, 자치기, 윷놀이, 팽이치기, 땅따먹기, 닭싸움 등도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겁니다. 오징어게임 시즌2가 나온다면 과연 어떤 놀이들이 또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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