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등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해 악명을 떨친 ‘박사’ 조주빈과 그 일당들이 엄벌을 받게 됐다. 이들에게 중형이 확정될 수 있었던 것은 검찰과 법원이 박사방 일당을 ‘범죄집단’으로 봤기 때문이다.
조주빈을 중심으로 같은 목적을 갖고 뭉쳤으며, 서로 역할을 나눠 범죄집단과 같이 조직적으로 활동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의 상고심에서 징역 4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도널드푸틴’ 강모(25)씨와 ‘랄로’ 천모(29)씨는 각각 징역 13년을 확정받았다. ‘블루99’ 임모(34)씨는 징역 8년이, ‘오뎅’ 장모(41)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조주빈의 지시를 받고 성착취 영상물을 올린 혐의 등을 받는 ‘태평양’ 이모군은 지난 7월 상고를 취하해 장기 10년에 단기 5년형을 확정받았다. 박사방의 2인자 ‘부따’ 강훈은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로써 조주빈과 박사방 일당은 대부분 중형을 받게 됐다. 이들의 형량이 높아진 것은 박사방 일당이 범죄집단에 해당한다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 덕이다.
수사 초기에는 박사방 일당을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을지 갑론을박이 오갔다. ‘n번방’ 사건과 같이 디지털 공간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성착취 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주빈과 그 주변 인물을 상대로 한 조사를 통해 박사방 일당의 구체적인 역할 분담을 밝혀냈다.
조사 결과 일당들은 ▲피해자 물색·유인 ▲성착취물 제작 ▲성착취물 유포 ▲성착취 수익금 인출 등의 역할을 각각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주빈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한 광고를 인터넷에 올린 뒤 개인정보를 빼내 협박을 한 것이다. 이후 음란 영상을 요구하거나 실제로 만나 성착취 행동을 강요하기도 했다.
그렇게 제작한 성착취물을 텔레그램을 통해 돈을 주고 팔았으며,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삐라’라는 홍보자료를 뿌리기도 했다. 일당들은 자신의 개인정보와 금품을 제공하고 등급을 올렸으며, 규율을 위반하면 신상공개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
성착취물은 가상화폐로 거래됐으며, 환전과 인출을 맡은 일당도 있었다. 조주빈은 일당들에게 수고비 명목의 돈을 지급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검찰은 ▲공동의 범죄 목적 ▲통솔 등 체계 성립 ▲계속적 범행 등이 인정된다며 박사방이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 역시 일당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성착취물 제공이나 고액방에 들어가기 위한 공동의 목적을 갖고, 장기간 다수에게 성착취물을 유포해 범죄집단을 꾸린 게 맞다고 했다.
심리 과정에서 범죄집단의 법리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형법 114조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을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지난 2013년에는 범죄단체에 이르지 못하는 조직은 범죄집단으로 보고 해당 법으로 처벌하도록 개정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중고차사기 조직이 범죄집단에 해당한다며 이 법을 적용한 첫 판단을 내렸다. 범죄단체에 이를 만큼의 통솔체계는 갖추지 못했더라도,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활동했다면 범죄집단으로 보고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디지털성범죄에 관한 강화된 양형기준이 새롭게 마련된 점도 관련이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안을 확정하면서, 다수인이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하거나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 또는 실행을 지휘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 경우를 특별가중인자로 고려하도록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