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형 생활권 시범마을’ 선정
원주민 쫓겨나는 악습 끊고 재정착
시공사 선정부터 투명하게 진행
2025년 명품 주거지로 재탄생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높은 원주민 재정착률과 빠른 사업 추진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괴정5구역 재개발조합은 “원주민들로 구성된 총 조합원 1830가구 중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70가구 등을 제외한 총 1700가구가 재건축 이후 건립될 아파트에 거주하기 위한 분양을 신청해 ‘원주민 90% 이상 재정착’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했다”고 14일 밝혔다. 조합 측은 “원주민들에게 최대한 이익을 보장하고 모든 사업 절차를 투명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괴정5구역 재개발은 2015년 부산시가 지역 최초의 ‘주민자치형 생활권 시범마을’로 선정하면서 사업이 추진됐다. 사하구 낙동대로 307 일원 16만3895m² 부지가 사업 대상으로 아파트 3600여 채가 건립된다.
조합 측은 높은 분양가 등의 이유로 많은 원주민이 재개발 이후 삶의 터전을 잃었던 악습을 끊고,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사업을 설계했다. 이를 위해 조합은 가장 먼저 ‘클린 수주단’을 발족했다. 공사 수주를 위해 건설사가 조합장이나 조합 관계자 등 주민들을 은밀히 접촉하고 이 과정에서 검은 뒷거래가 발생했던 과거 재개발 사업의 나쁜 선례를 끊자는 게 발족 취지.
주영록 조합장은 “과도한 수주경쟁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면 결국 분양가가 높아지고, 비리가 발생하면 사업이 지연돼 주민 피해가 크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 등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대규모 재개발임에도 사업 추진 속도가 빨랐다. 괴정5구역 재개발 사업은 2017년 9월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 지정을 시작으로 2018년 5월 조합 설립인가, 2018년 9월 시공사 선정총회(포스코·롯데 공동사업단 선정), 2019년 7월 시 건축위원회 심의 통과, 2020년 6월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했다. 주 조합장은 “상당수 재개발 사업 추진이 10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약 3년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것은 획기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주 조합장은 시공사를 상대로 주민 이주비 100% 지급, 상가 책임분양, 일반분양 골든타임 분양 등을 이끌어냈다. 골든타임 분양제는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에 일반분양을 하는 것으로 사실상 후분양이다. 조합은 빠르고 투명한 사업 추진을 위해 외부지원 없이 각종 용역과 설계, 주민 행사 등을 치렀다. 그는 “내 고향을 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보수 없이 그동안 20억 원 상당의 사재를 이 사업을 위해 썼다”며 “주민자치형 시범마을 재개발의 전례가 부산에 없다 보니 모든 일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조합원 분양을 마친 괴정5구역은 다음 달 13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관리처분 총회를 개최한다. 내년 초부터는 주민들의 이주가 시작된다.
오래된 주택이 밀집된 괴정5구역은 이르면 2025년 부산의 새로운 명품 주거지로 변모할 예정이다. 아파트 3600여 채와 오피스텔, 실버타운 등으로 구성된다. 27개 동에 지하 4층, 지상 39층으로 지어질 아파트는 전용면적 19∼118㎡형으로 다양하다. 오피스텔은 84m² A·B 등 2개형이다.
아파트는 배수·오수관로를 외부로 노출해 내부 공사를 최소화하고,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리모델링이 가능한 방식으로 건설된다.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규모 8.0의 지진이 발생해도 버틸 수 있는 내진설계를 갖추고, 각종 첨단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해 난방비 등을 크게 낮춰 기존 아파트보다 절반 정도의 관리비만 내도록 할 계획이다.
교통도 편리하다. 괴정5구역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사하역을 끼고 있고, 낙동대로변과 장평로 부근에 버스정류소가 각각 4개씩 있다. 2026년 사하구와 서구를 잇는 서부산터널(제2 대티터널)이 개통되면 남포동까지 차량으로 10분 내 이동이 가능해진다. 주 조합장은 “오랫동안 개발에서 소외되고 슬럼화된 괴정동 일대가 남서부산권의 명품 주거지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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