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석면피해환자, 전국 최고 수준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5일 03시 00분


908명으로 충남 이어 2번째로 많아

“평지를 걸어도 숨이 찹니다. 일상이 고통의 연속입니다.”

1970년부터 8년간 부산의 석면방직공장에서 일한 뒤 석면 폐증 3급 판정을 받은 A 씨. 최근 부산시의회 브리핑실에서 이같이 토로한 뒤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 아내는 심한 기침 증상을 보이다 1995년 38세로 숨졌다”고 울먹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3일 A 씨의 사례를 포함해 ‘부산시 석면피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최근까지 10년간 전국 석면 피해 환자는 5474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부산이 908명으로 전체의 16.6%다. 충남(1981명·36%)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인구가 부산보다 많은 경기도와 서울의 석면 피해 환자는 각각 791명, 597명이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충남은 과거 석면광산이 밀집한 까닭에 피해자가 많다. 시민이 밀집한 광역시 가운데 피해자가 가장 많은 곳은 사실상 부산”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또 “부산 석면 피해자 중 119명이 슬레이트 가옥 밀집 지역에서 나왔다. 이런 거주지 집단 발병 사례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했다.

부산에 석면 피해 환자가 많은 것은 1970∼80년 사하구와 연제구 등에서 석면공장이 많이 가동됐고, 산복도로에 석면 슬레이트 지붕 주택이 밀집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피해 환자 구제 움직임도 부산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다. 석면공장 종사자 중 석면 피해자가 2010년경부터 대거 드러나면서 실태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부산시는 ‘석면 피해 의심자 대상 찾아가는 건강검진’ 등 사업을 추진했다. 2011년 양산부산대병원은 ‘석면환경보건센터’를 세워 석면공장 주변 주민을 상대로 건강영향조사를 벌였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매달 지자체로부터 석면 피해 신고를 접수한다. 부산은 피해 의심자 검진율이 높다 보니 피해자도 많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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