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2021 노벨상이 주목한 업적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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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너마이트로 부자가 된 죽음의 상인 알프레드 노벨 사망하다.” 1888년 프랑스의 어느 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동생의 사망을 노벨(1833∼1896)의 죽음으로 착각한 오보였습니다. 이 보도에 가장 충격을 받은 이는 스웨덴 출신의 화학자 노벨 자신입니다. 세상이 자신을 ‘죽음의 상인’으로 평가하다니 억울한 마음이 앞섰겠지요.

자신에 대한 사후 평가를 미리 알게 된 노벨이 큰 깨달음을 얻고 만든 상이 노벨상입니다. 노벨이 다이너마이트 사업으로 번 돈으로 만들어진 노벨상은 오늘날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합니다.

10월은 노벨상의 계절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문학 △경제학 △평화 등 6개 부문에 걸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노벨상이 주어집니다. 올해 6개 부문 13명의 수상자에게는 각각 900만 크로나(약 13억 원)의 상금과 금메달이 주어집니다. 수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날을 기려 12월 10일에 열립니다.

11일 경제학상을 끝으로 2021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막을 내렸습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데이비드 카드, 조슈아 앵그리스트, 휘도 임번스 교수를 선정했습니다. 이들은 노동시장에 대한 통찰력으로 기존 통설을 뒤집는 성과를 보여주었고, 실제 상황을 활용해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연구에서 뛰어난 방법론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노벨 평화상은 언론인 마리아 레사(필리핀)와 드미트리 무라토프(러시아)가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싸워온 언론인입니다. 노벨상이 저항 언론에 주목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언론인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은 독일 언론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에 이어 86년 만입니다.

노벨 문학상은 탄자니아 출신 영국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수상했습니다. 그는 난민 출신으로 식민주의에 대해 깊이 성찰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식민주의 영향 및 문화·대륙 사이 격차 속에서 난민의 운명에 대해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연민을 갖고 파고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체의 감각을 연구한 미국의 데이비드 줄리어스와 아뎀 파타푸티언에게 돌아갔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우리 감각과 환경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서 누락된 중요한 연결고리를 확인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노벨 물리학상은 마나베 슈쿠로(미국), 클라우스 하셀만(독일), 조르조 파리시(이탈리아) 교수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마나베와 하셀만은 기후의 물리학적 모델링과 지구온난화의 수학적 예측 가능성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파리시는 원자에서 행성 단위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적 체계에서 무질서와 변동의 상호작용을 발견했습니다. 노벨 화학상은 베냐민 리스트(독일)와 데이비드 맥밀런(미국) 교수가 수상했습니다. 이들은 비대칭 유기 촉매를 개발해 화학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든 공로가 인정됐습니다.

노벨상 수상 소식은 우리에게 인류의 진보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안겨줍니다. 이번에도 우리 과학계에서는 노벨상 소식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쉽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학계에서도 뛰어난 업적들이 축적되면서 숙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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