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세계적 닥종이 공예 작가 김영희씨… 제천시에 작품 400여 점 기증 협약
국내외서 개인전 80여 차례 개최… 닥종이 모티브 인형 작품 대표적
“내년 7월 국내 전시로 찾아뵐 것”
“제 인생사가 시작된 곳이고, 작품의 영감을 받은 고향이자 뿌리인 제천에서 제 예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독일 뮌헨에 살고 있는 세계적인 닥종이 작가 김영희 씨(77·사진)가 최근 고향인 충북 제천과 청주를 방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 만에 고국을 찾은 김 작가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제천에서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의림지 등 추억이 담긴 곳을 다니면서 고향의 정을 한가득 느꼈다”며 “제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적극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어릴 적 살던 한옥 방문의 한지(韓紙)를 갈 때 나온 파지(破紙)를 갖고 동물 모양을 만들던 게 내 작품세계의 시작”이라며 “대학 시절 여행을 다니다 우연히 한지로 만든 함 등을 보고 본격적으로 닥종이를 활용한 작품 만들기에 몰두했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1978년 서울에서 처음 열린 닥종이 민속인형전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나오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며 “지금까지 80여 번의 개인전을 통해 한국적인 재료인 닥종이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왔다”고 강조했다.
제천시가 추진 중인 김 작가의 이름을 딴 시립미술관 건립에도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김 작가는 “그동안 국내 여러 지자체 등에서 내 작품을 다룬 미술관 건립을 제안했지만, 고향인 제천시가 제일 적극적으로 나서 기뻤다. 미술관이 대중성을 갖추고 세계적인 명소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박물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작품을 살릴 수 있는 건축과 전시, 경영 등 모든 게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대중화와 스토리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제천시와 김 작가는 미술관 건립·운영에 대한 세부 계획 수립, 미술관 운영 시 작가와 협의, 작품 400여 점 기증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미술관 건립 및 작품기증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17일 폐막에 앞서 청주공예비엔날레 행사장을 찾은 소감에 대해 김 작가는 “섬유부터 도자까지 모든 작품들이 나의 예술적 호기심을 자극했다”며 “이런 비엔날레가 열리는 문화제조창이라는 놀라운 공간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청주시민들에게는 자긍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 하나하나 정성과 공력이 들어가 있어 공예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에 온기를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 작가는 “제천시립미술관 건립이 구체화돼 나의 유년 시절 기억이 깃든 제천에 정착하게 되면 청주공예비엔날레와도 각별한 인연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미술관 건립과 함께 ‘어린이 미술상’ 제정에 대한 소망도 피력했다. 그녀는 “어린이는 내 작품의 스승이고, 동심(童心)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라며 “우리들의 미래이자, 창의력의 산실인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상을 만들고, 전국 단위의 어린이 닥종이 교실 같은 것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도 하루 7시간씩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 작가는 “어린 시절의 인생사와 예술의 영감을 받은 고향 제천, 그리고 한국인 작가라는 데에 늘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다. 내년 7월경 국내 전시를 열어 팬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1944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2세 때 제천으로 와 동명초 4학년이던 12세까지 살았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71∼1977년 다시 제천으로 와 송학 중학교 미술교사로 근무했다. 닥종이를 모티브로 한 인형 작품은 그녀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국내를 비롯해 독일 뮌헨 박물관과 체코 건국 100주년 초 대전 등을 통해 작품을 알려왔다. 1992년에 출간한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는 200만 부 이상 팔려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1년 독일로 이주해 현재 뮌헨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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