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한복판 미군호텔 이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9일 03시 00분


[우리동네 자치단체장]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용산공원은 온전히 후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용산공원은 온전히 후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용산공원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자 국민 주권과 자존감 회복을 위해 후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입니다.”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66)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용산공원은 온전히 공원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민선 2기 구청장을 지낸 뒤 5기부터 현재(7기)까지 용산 구정을 책임지고 있다. 이런 그에게 용산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큰 편이다.

성 구청장은 “정부는 당초 2015년 1단계 개방을 계획했지만 한미연합사 등 이전 지연으로 아직 기지 반환조차 마무리되지 못했다”며 “반환된 뒤에도 환경영향평가, 토지 오염 조사, 유물 조사 등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부지 반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원 조성 후에도 미군이 운영하는 호텔은 그 자리에 남는다. 성 구청장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 등 주요 도시에 조성된 공원을 언급하며 미군 운영 호텔 이전을 위한 재협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공원 한복판에 담장을 친 미군 호텔이 있다면 관광객의 불편과 민원 등이 우려된다”며 “지속적인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용산공원에 임대주택을 짓자는 일각의 주장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용산공원 자리는 임오군란 때 청이, 러일전쟁 이후 일제가 각각 점유했으며 광복 이후 미군이 주둔하는 등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다. 200여 년 된 느티나무 군락과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하천인 만초천도 있다. 성 구청장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돼 조성된 공원에 집을 지으면 입주하는 일부 국민에게만 특혜를 주는 셈”이라며 “주택이 들어서면 이곳이 간직한 역사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건희 기증관’은 용산구의 큰 관심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월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나 종로구 송현동 가운데 한 곳에 짓겠다고 밝힌 상태다. 용산구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리움미술관 등 박물관과 미술관 20여 곳이 밀집한 점과 ‘교통 중심지’ 용산역,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태원관광특구 등을 들어 이건희 기증관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 성 구청장은 “용산 부지는 문체부 소유 땅 3만여 m²로 서울시와 협의만 거치면 바로 활용할 수 있다”며 “입지적으로 용산을 능가하는 곳은 없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태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를 크게 입었다. 용산구는 4월 ‘이태원 상권 살리기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비창업자에게 임차료와 창업자금 융자 등을 지원하는 ‘스타샵(#)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성 구청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그는 “후임자에게 최대한 숙제를 남기지 않고 가는 게 나의 목표”라며 “주민들에게도 일을 참 열심히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산공원#미군호텔#용산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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