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공공기관을 새로 설립해 민간위탁 중인 고객센터 직원들을 고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향후 기획재정부 등과의 논의를 거쳐 이 방안이 최종 확정되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소속 공공기관을 새로 설립하는 첫 사례가 된다.
이 문제를 논의 중인 민간위탁 사무논의 협의회(협의회)는 21일 회의를 열어 고객센터 직원 1600여 명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 모인 건보공단 노사, 고객센터 노조, 전문가 등은 별도 소속기관을 설립해 고객센터 직원을 고용하는 안에 최종 합의했다.
건보공단 소속기관은 준정부기관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특정 요건을 설립해야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자회사와 달리, 건보공단과 같은 법인인 소속기관은 별도로 지정할 필요 없이 공공기관으로 인정된다. 인력과 예산은 건보공단과 별도로 운용한다. 공단과 위탁계약을 맺어 공단이 지급한 도급비로 운영되는 자회사와 다르다. 이런 이유에서 소속기관을 설립해 고용하는 건 사실상 직접 고용과 다르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앞서 고객센터 노조는 고용 불안을 호소하며 지난해부터 공단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 왔다. 건보공단은 자회사를 설립해 고객센터 직원들을 고용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고객센터 노조는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회사가 아닌 본사 고용을 주장했다. 고객센터 노조는 자회사 전환 방식을 강하게 거부하며 2월부터 수차례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건보공단이 자회사가 아닌 소속기관 설립이라는 예외적인 안을 마련한 것도 고객센터 노조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대부분 본사 직접 고용(72.8%), 자회사 전환(26.3%)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소속기관을 설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날 합의로 별도 소속기관 설립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인 만큼,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공단이 이날 협의 결과를 고용노동부에 보고하면,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노사전협의회가 구체적인 전환 규모, 임금체계, 채용방식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협의회의 이번 결정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그에 따라 소속기관을 만들기로 했다면 정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건보공단 젊은 직원들은 사실상 직접 고용에 해당하는 소속기관 근로자 전환 방식이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 달 1일부터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 고객센터 근로자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지하철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앞서 20일에는 고객센터 근로자 직고용 및 소속기관 설립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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