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내부 “유동규 배임 제외 깜짝 놀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3일 03시 00분


“3개로 나뉜 수사팀 협력 안돼” 지적
野 “공작 기소… 이재명 구하기” 반발
與 “野 대검 항의 방문, 검찰 흔들기”

뉴스1
‘수천억 원(2일 유동규 구속영장)→최소 1163억 원 이상(12일 김만배 구속영장청구서)→없음(21일 유동규 공소장).’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적용한 배임 혐의의 액수 변화다. 검찰은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2일 청구하면서 수천억 원대의 손해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끼쳤다고 했다. 열흘 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배임 피해액을 최소 1163억 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유 전 직무대리의 기소 단계에서는 배임 혐의를 없애 버렸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 쟁점인 배임 혐의를 공소장에조차 넣지 못한 수사팀의 결과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유 전 직무대리의 영장청구 단계에서는 윗선에서는 배임 혐의 적용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수사팀에서 확신한다는 입장이었다. 왜 기소 단계에서 배임 혐의가 사라졌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배임팀과 뇌물팀, 자금추적팀 등 3개 팀으로 나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팀은 유경필 경제범죄형사부장 등 경제범죄형사부 검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뇌물팀은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파견 검사들 위주로 구성됐다. 자금추적팀은 화천대유의 수상한 거래 내역 등에 광범위한 계좌 추적에 나서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팀 간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전 직무대리의 공소장에 배임 혐의가 제외된 것을 알고 수사팀 내부에서도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22일 “공작 기소”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의원 29명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공작수사 조작하는 검찰은 각성하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김 원내대표는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비리 특혜 의혹 사건의 몸통을 숨기고 꼬리를 자르려는 의도가 있다”며 “검찰이 기소한 범죄 사실은 코끼리의 꼬리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아 ‘공작적 기소’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일병을 구하기 위한 눈물 어린 사투”라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 이용빈 대변인은 “국민의힘 대검 항의 방문은 검찰 수사를 흔들겠다는 악의적 실력 행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에 “기소에서 배임죄를 뺀 건 검찰이 검찰이기를 포기한 일”이라며 “검찰 수사가 아니라 여당 대선 후보 사수대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검찰이 알아서 ‘이재명 구하기’ 사설 로펌으로 나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동규 배임#수사팀#공작기소#검찰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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