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A 씨(68)가 21일 재택치료 중에 숨지면서 국내 코로나19 환자 이송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는 정부 지침과 달리 환자를 창밖에서만 바라보며 시간을 허비했다. 병원 배정에만 1시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11월 초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 이후 전국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 창문 너머로 관찰하며 ‘경증’ 판정
구급대가 신고를 받고 서울 서대문구 A 씨 자택 앞에 도착한 것은 21일 오전 7시 5분경이다. 하지만 22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서울소방재난본부 구급상황관리센터는 “코로나19 전담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환자와 접촉하지 말고 상태만 확인하라”는 지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 현장에 도착한 것이 음압격리 이송장비가 없는 일반 구급대였기 때문이다.
지령에 따라 구급대는 A 씨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 대신 아파트 1층인 A 씨 집 베란다 창문 너머로 환자를 지켜봤다. 체온은 부인에게 대신 재 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 구급대는 A 씨가 경증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A 씨는 구급대 도착 25분이 지난 오전 7시 30분 심정지에 빠졌다.
A 씨의 경증 판단과는 별개로, 이런 과정이 정부 지침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제출받은 ‘재택치료 확대 세부 추진 방안’에 따르면 재택치료 중인 환자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면 구급대가 환자에게 보호장구를 착용시켜 지정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코로나19 전담 구급대가 아니어도 환자를 이송해야 한다는 뜻이다.
○ 재택치료 정보도 공유 안 돼
정부와 서울시, 서울소방재난본부 사이에 정보 공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중수본은 21일 오전 7시 22분 A 씨를 치료할 병상을 배정했다. 하지만 이 사실은 구급상황관리센터나 현장 구급대에 전달되지 않았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중수본과 별개로 오전 7시 50분에야 빈 병상을 찾아내 이송을 시작했다. A 씨는 오전 8시 5분 병원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결국 오전 9시 30분 숨을 거뒀다. 구급대는 부인 설명을 듣기 전까지 A 씨가 재택치료 환자라는 사실을 몰랐다. 중수본의 재택치료자 명단이 소방당국에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씨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현 지침상 70세 이상일 때만 백신 접종 여부를 따져 재택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없어 보여도 갑자기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는 게 코로나19”라며 “A 씨와 같은 고령의 미접종자는 재택치료자 분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재발 않도록 종합점검”
22일 현재 국내 재택치료자는 2280명이다. 서울(1068명)과 경기(1000명)에 가장 많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에는 이 숫자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반 구급차도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부처 간에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22일 A 씨 사망과 관련해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방역당국과 17개 시도가 참여하는 코로나19 이송체계 점검 회의를 열었다.
댓글 0